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이윤 Nov 16. 2020

당신도 무기력에 빠져 있나요?

우리 솔직해 봅시다

고백하자면 저는 실패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입니다.


매번 성공 가도를 달려왔나고요?

아니요. 그 반대에요.


잘 할 자신이 없는 건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살았습니다.

실패할 일을 만들지 않는 거죠.

도전할 수 없는 그럴듯한 핑계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 내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로 치부해버리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어렵고 자신 없는 일들을 회피하며 살았습니다. 



참 재밌는 일입니다. 

성공 경험이 없는데도 성공만 한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잘 모르는 분야, 생소한 환경 속에 

왠지 내가 잘하고 있지 못하는 신호를 읽을 때 저는 쉽게 절망합니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의문은 언제나 저를 찾아옵니다.



처음의 목적이나 마음은 다 도망가고 원점에서 부정합니다.

-이걸 내가 꼭 해야 하나?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확신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이런 생산성 있는 질문은 제가 잘할 자신이 있는 일에만 적용됩니다.


차라리 놔버립니다. 내 것이 아니구나.

문제는 그 뒤에 길고 긴 무기력이 절 덮치게 된다는 거죠. 


이제까지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당신도 그럴 때가 있나요?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거야 하는 잿빛 확신이 가득해서

살아도 별로 달라질 것 같지도 없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고달픈 인생을

도저히 왜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앞이 막막할 때


과거를 되짚어가다 보면 

늘 결론이란 결국 내가 나 자신이라서 문제라는 거

그리고 그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나는 나니까 비슷한 문제는 또 벌어질 테고

내가 나인 이상 이 인생은 망한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햇빛 쐬러 나가기조차 귀찮을 때

될 대로 되라 싶을 때

그렇지만 너무 슬프거나 감정이 격앙된 게 아닐 때

차라리 삶의 모든 기쁨과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가

완전히 공허해서 살아도 죽어있는 좀비가 된 기분일 때

그런데도 이걸 고치거나 어떻게 개선해야겠다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을 때


가끔 전 그래요.

슬프지 않은데 한없이 무기력해서 무섭다가도 무서운 감정조차 귀찮아서 사라져요.

그럼 죽어있는 기분이 들어요.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이게 내 삶의 본질일까 두려워요. 







우리 솔직해 봅시다.

당신 자신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그거 아세요?

자기 비하 역시 나 자신에 대한 의식이라는 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방향이 중요하지 않아요. 


'난 안 될 거야. 난 글렀어.'

이 마음 깊은 곳에는 당신 자신이 당신 자신에 대해 얼마나 집착하는지 알 수 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은 너무 중요하거나 너무 특별해서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인 거죠. 


자기 비하는 자아도취증에 걸린 오만한 사람과 다를 바 없어요. 


인생이라는 거 삶을 살아간다는 게

오로지 당신의 특성 혹은 당신의 존재 하나로만 결정지어진다고 믿는 것과 같지요.


선택, 의지, 경험, 환경, 연습, 수련, 관계 등등

기타의 모든 요소를 무시하는 발언이죠.

그 모든 게 어떻든 당신의 타고난 재능이나 특성 성격이 당신 기준 이상의 매력적이고 특별하고 탁월하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 인생은 망할 거라는 오만한 신념을 신봉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삶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인정합시다.



그걸 바꿀 수 없을 것 같아 무기력한 거 아닌가요? 



세상에 결점 없는 사람은 없죠.

누구나 완벽하지 않아요.

머리로는 알지만 당신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요?

아니면 당신이 용납할 만한 결점이란 게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요?



인정해야 해요.

제가 그렇듯이 당신도 당신을 죽도록 미워하는 딱 그만큼 

죽도록 사랑하고 집착하며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거예요.

나는 특별하고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니까

남들 앞에서 바보가 되는 건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니

저를 안전하게 지키며 바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어요.

세상이 참 재미없고 무기력한 시기가 자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욕심은 그만 부리려고요.

세상에 요구는 그만하려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고 평온하려고요.



찾으려고 하면 이유는 있어요.


지금 내가 불행할 이유, 우울해야 할 이유, 무기력하게 세상을 놓아버려도 될만한 합당한 이유

뭐가 되었든 언제나 이유를 찾으려면 찾을 수 있어요.

완벽한 인생, 고민, 갈등, 걱정이 없는 그런 파라다이스 낙원에서 사는 삶은 없으니까요.

이유가 뭐가 됐든 중요한 건 아니에요.




아무것도 변하는 거 없는 것 같은데

좋은 말, 억지로 긍정적인 척하려는 것 또한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정신 승리에 지나지 않은 것만 같아 아무 말도 안 들리고 말이죠.


그런데 그걸 깨닫게 되었어요.


누굴 위해서가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서 생각한다면 

정말 제가 믿는다면 정말 제 자신이 선택하는 거라면

괜찮기로 마음먹은 순간 괜찮아져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도

행복하기로 평온하기로 결정하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마음이 편해져요.




전 제 무기력이 저의 욕심에서 나왔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누가 알려주거나 머리로 아는 건 소용이 없어요.

제 마음 깊은 속에서 자각하듯 머리가 맑아지듯 깨달음이 찾아오면

무기력하고 싶지 않다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돼요.



행동에 목적이 있었어요.

과정을 즐기지 않고 진정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잘 된다니까, 이렇게 해야 좋을 거라니까

남들에게 잘 보이고 성과를 내고 싶어서

애쓰고 조급해했어요.


그게 안될 것 같으니 다 의미 없어 보이고 놔버리려고 했고요.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보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살기 싫어졌어요.


좋은 일이 없어도 골치 아픈 일이 많아도 평화롭고 고요하고 행복하고 싶어요.

매일매일 웃고 싶어요.


어떤 절망적인 순간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의연해지고 싶어요.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보이고 싶어서도 아니고

나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라기에.

제가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기에.



모든 일이 마찬가지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해도

정말 마음에 우러나와서 정말 그 사람이 좋아서

정말 그 일이 좋아서 혹은 그 일이 내게 필요하니까

과정을 즐기면서 하기로 해요.


결과도 성과도 마음에 차지 않으면 어때요,


제 인생은 제 것이잖아요.

제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결점과 어떤 실수를 하고 얼마나 부족했든

그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데 중요하지 않아요. 



타인에게 세상에 내가 어떤 사람이다 입증하기를 그만두려고요.

그럴수록 내가 더 작아지고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힘빼요. 우리

자기 자신이 되어요.

다른 사람인 척 하는데 에너지를 그만 낭비하고 좋아하고 하고 싶고 필요한 일을 해요.


과정 자체로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미소짓게 하고 충만하게 하는 그런 일에나 에너지를 써요.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눈치를 보고 글을 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