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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Dec 22. 2021

만약 이 세상이 게임이라면

그러니까 아주 만약에 말이야. 이 세상이 거대한 게임이라면 아주아주 거대하고 복잡한 가상현실 게임이라면 말이야.



개발자는 자신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거야. 자신을 너무 사랑하다 못해 이걸 거대한 게임으로 만드는 게임을 시작한 걸 거야. 그래서 자신을 본뜬 게임을 만들고자 했을 거야. 자신을 셀 수 없이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나누어 엄청 다양한 게임 캐릭터와 시나리오를 만들려고 애썼을 거야. 더 이상 무한히 나눌 수 없이 복잡하게 말이야.


만일 그런 개발자라면 모든 게임의 캐릭터를 사랑했을 거야. 그 캐릭터들이 곧 개발자를 뜻할 테니 말이야. 그는 다양하고 각기 다른 캐릭터가 모두 그가 되길 바랬을 거야. 그래서 비밀스러운 코드를 모두에게 집어넣었을 거야. '사실은 네가 곧 나야. 이 게임을 만드는 건 너야.' 그는 모두가 언젠가 그 코드를 발견하기를 기대했을 거야. 그렇지만 그 캐릭터를 사랑하는 개발자는 일방적이고 일관적인 시나리오를 부여하지 않았을 거야.


차라리 모두가 도대체 어떻게 게임을 하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걸 택했을 거야. 아무 말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말이지. 그러니 캐릭터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게임에 태어났을 거야. 자신이 이미 그 코드를 지니고 있음을 꿈에도 모른 채 말이지.




누군가는 게임의 승자가 되었을 거야. 그러나 그들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거야. 똑같은 게임만 하는 건 지루하잖아. 이미 이긴 게임 다음엔 무얼 해야 할지 어쩌면 그들은 공허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렇게 쉬운 게임이 우스울 수도 있고 아님 누군가는 운 좋게 게임을 이기는 주인공이 된 걸 기뻐할 거야.


누군가는 이 게임의 규칙도 시나리오도 싫을 거야. 불공평하고 불쾌하고 절대 이길 수 없이 자신에게만 불리한 빌어먹을 게임이라 생각할 거야. 대체 이런 게임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지 따져 묻고 싶을 거야. 상점에서 게임 이기는 필살기를 사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다 포기하고 그저 자동모드로 게임을 돌리고 싶을 거야. 뭐,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자동 모드 시나리오로 돈을 버는 사람도 많아질 거야. 그렇게 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은 복잡해지는 게 아니라 단순해지고 있겠네.



그러다가 게임에 아주 만족하는 누군가든, 이 게임을 증오하는 누군가든, 아주 우연히 숨겨진 비밀코드를 발견하게 된다면. 복잡한 프로그래밍 용어 없이도 치트키처럼 어떤 게임이든 만들 수 있다는 걸 발견한다면 말이야. 게임 안에 숨겨진 게임이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때 그에게 중요한 건 뭐가 될까?



그때도 캐릭터는 게임 머니 숫자에 울고 웃고 건물을 소유하고 싶어 할까? 일단, 'Show me the money'라고 치고 기뻐하며 게임의 규칙에 따라 성실히 이미 있는 게임을 해볼지도. 그리고 그가 하고 싶었던 아니면 세상에 없었던 아니면 단순한 재미로 그만의 게임을 만들고 사라지게 할지도. 가상의 결과물보다 가상을 만드는 게임 제작에 흥미를 느낄지도. 이제 그에게 게임 수치나 가상 결과물은 중요하지 않게 되니 그의 삶은 게임이 되어버릴지도.



그중에 누군가 우리에게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비밀코드가 있다고 말한다면 뭐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 다른 캐릭터는 그 말을 믿게 될까? 기본 시나리오는 있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시나리오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걸 말이야. 아마 실제로 그 코드를 찾기 전까지는 믿지 않을 거야. 어쩌면 그 말을 오해해서 다른 캐릭터의 행적을 카피하거나 그를 위대한 개발자라고 떠받들지도 모르지.



코드를 찾아내는   게임의 숨겨진 목적이냐고? 아니, 아니야. 개발자는 코드를 찾아내든 찾지 못하든 비밀스럽게 지켜보며 즐거워할 거야.  모든  그가 만들었지만 그가 만든 거라곤 하나도 없으니까.  모든  그의 뜻이지만 그가 예측할  있는 거라곤 하나도 없으니까. 그는  모든  보며 기뻐하고  기뻐할 거다. 게임의 목적은 언제나  하나야. 끝까지 직접 플레이해보는 . 게임의 주인공은 개발자이자 모든 캐릭터야.



넌 어떤 게임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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