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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Mar 01. 2022

I'm 팔불출.

내 글을 읽으며 나는 기쁘다.


사랑하는 햄스터 언니가 그려준 내 일러스트!!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볼 때 놀랍고 기쁘다. 그 순간에는 타인의 글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그가 느끼는 감정만은 오롯이 전달된다. 괴롭고 심각하게 쓰는 그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나는 과거의 내가 귀엽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그 다른 생각을 통해 지금의 생각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기록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에도 늘 지금의 생각들로 살고 있다 느끼기 때문이다.


오래전 완전히 같은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볼 때 놀랍다. 나는 같은 언어로 같은 메시지를 말하고 있지만, 그 밀도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나 자신만큼은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예전엔 어떻게 서든 그 차이를 밝히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속상함에 종종 '바보들아, 그건 완전히 다른 말이야.' 몰래 외친 후 구구절절 설명을 하려 애썼다. 그건 누군가가 날 오해할까 두렵고 무서웠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이렇게 변했는데도 글이 같다는 건 나를 기쁘게 한다. 이제 나는 같은 글을 읽고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이의 말을 듣고, 글을 읽으며 예전의 나보다 더 많은 걸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미래의 내가 같은 글을 쓰고 같은 언어로 말해도 지금보다 더 많이 이해하며 더 많은 걸 느끼고 더 깊은 확신을 하게 될 것임을 말해주기에 나는 기쁘다.


그래서 난 늘 내 글을 다시 읽으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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