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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Apr 07. 2022

waiting

나는 두려웠다. 당신을 만나지 못할까 봐, 말을 재고 조건을 붙이고 선언을 하고 선포를 했다. 당신이 날 보지 못할까 봐 초조했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강하게 말해야 했다.


나는 두려웠다. 당신이 아닌 당신을 가장하는 다른 당신이 내게 끌려올까 봐, 나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해받고자 했고 인정받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부정해야 했다. 나는 차이를 생각했다. 진실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구분 짓기 위한 헌신과 인내심이 필요한 거라 믿었다. 그것은 언제나 날 고단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내 입을 막았다. 그것은 날 위축하게 했다.


때로 난 당신을 만나는 걸 차라리 포기하고자 단념했다.
나는 나를 설명하는 데 지쳤다. 당신이 날 이해해줄 거란 믿음을 철회한 채 없던 일로 여기고 살아가도 별 문제없을 거라고 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준비해야 할 건 단 하나였다. '에고 놓아주기'


배워야 할 것은 현란한 수사도 빠트림 없는 공고한 조건화도 명료하고 더 완전해 보이는 지성도 아니었다. 나는 오로지 내가 가장 아끼고, 헌신하고 삶의 전부라 여기던 나 하나만 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겸허히 비워있는 존재가 되어 마음도 감정도 생각도 몸도 떨어져 기다리면, 그렇게 기다릴 수 있다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면,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레드카펫으로 수놓은 적 없는 사소하고 하찮은 이 길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당신은 존재 그 상태로 자연스럽게 나를 만나러 오겠지. 에고를 위해서가 아닌 오로지 우리의 존재와 사랑의 빛을 따라서.



그러니 두렵지 않아.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모두 지혜롭고 꽉 찬 사랑일 뿐이야.
나를 버리는 게 두려워질 때면 멈춰서 다시 용기를 기억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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