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이윤 Jan 03. 2024

I'm calling for you.

To you

안녕하신가요?

분명, 안녕하시겠죠. 이게 들리신다면 안녕하신 거겠죠. 그러니 부디 안녕하시기를. 오랜만이죠. 얼마나 오랜만인가요. 오랜만이니 더 반가울 거예요. 우리 만나면 손을 맞잡고 둥글게 둥글게를 해요. 아주 오래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날을 축하하기 위해서 말이죠. 


당신은 몇 살일까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요? 오늘 저녁으로는 무얼 먹고, 당신이 보고 있는 하늘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요. 이걸 읽고 있다면 한국에 살고 있거나 한국어를 아시는 분이겠죠. 다행이에요. 


당신을 만나면 알아볼 수 있을까요? 당신은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 처음엔 조금 헷갈려서 지나치더라도 아마도 결국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사실은, 아마 보는 순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는 조금 기다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아주 가끔은 헷갈리곤 하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명확해지니까. 약간의 기다림은 감수해야죠. 그러나 우린 아마 곧 알아볼 겁니다. 


짙은 구름이 하늘을 제법 빠르게 걷어내자 뭉글한 브러시로 양처럼 그린 듯한 빛 구름을 봤어요. 아, 그럴 땐 숨을 멈추고 구름이 되죠. 이 모든 기적 같은 마법이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지금 이 순간을 잡아둘 순 없어도 그저 거기 있다는 게 기쁘고 행복하죠. 마음의 빛이 켜지고 사랑이 말하기 시작하죠.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그걸로도 행복하지만 나는 가끔 그리워져요. 그런 빛을 보게 되면 당신이 그리워요.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죠. 뭔가가 부족하기 때문도 허전해서도 아니죠. 어디에 있든 볼 수 없어도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저는 당신을 만나 연결되고 싶곤 해요. 당신의 빛에 닿고 싶어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당신과 사랑을 교류하고 싶어요.


그래요, 저는 지금 제가 지닌 것 이상의 사랑과 빛을 바랍니다. 우리가 만나 그것이 현실에 펼쳐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원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예기치 못하게 벌어질 당신과의 멋진 상호작용을 바랍니다. 그건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죠.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알아요. 어쩌면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걸요. 중요한 건 당신을 만나는 거니까요. 제가 꼭 만나야 할,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아마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을 만나는 것만이 저의 유일한 바람이죠.


당신은 이미 알고 있겠죠.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또한 아무것도 없다는 걸. 그러니 당신은 두렵지 않겠죠. 내가 무언가 술수를 부리거나 당신의 구역을 침범할까 봐 경계하지 않겠죠. 아마 그 자리에 서서 고요히 날 바라보겠죠. 그리고 당신은 갈구하지 않겠죠. 내가 당신의 무언가를 채워주거나 완성시켜 줄 거라는 그런 공상을 품으며 나를 유리시키지 않겠죠.


그래요, 나는 지금 이 현실에서 당신과 뼈와 살이 있는 인간으로 만나고 싶어요.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신이 아는 당신을 듣고 싶어요. 또 내 눈앞에 보이는 당신을 보고 싶어요. 당신의 우주와 내 우주가 합쳐져 더 큰 우주가 되는 믿지 못할 순간을 보고 싶어요. 그건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죠. 아마 그날이 오면 당신과 나의 가슴엔 커다란 빛이 쏟아져 우리를 압도하고 사랑으로 몸의 열기가 느껴질 거예요. 




아마 착각할지도 모릅니다. 언어라는 건 삶보다 사랑보다 영혼보다 빛보다 불완전하니까요. 그러나 이 세상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확장할 수 있죠. 부조리와 자기모순이 있기 때문에 영원하죠. 우리는 의식이 있고 빛이 있는 덕분에 그것까지 껴안을 수 있는 아름다운 존재가 되었죠. 


그러니 당신은 지금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길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글을 보지 못하거나 이 글을 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믿어요. 저는 당신을 믿으니까요. 당신은 당신의 길을 걷고 걸어 어느 날엔 이 글을 보고 제게 손 흔들며 여기 있다고 환하게 웃어줄 거라고 믿으니까요. 


당신은 어둠을 아는 사람, 어둠과 빛이 하나라는 걸 아는 사람, 빛이 되기 위해서는 어둠이 되어야 한다는 걸 체험한 사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아는 사람, 사랑을 아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랑을 사는 사람, 당신은 아마 무엇보다도 삶과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망망대해 유리병에 쪽지를 담아 바다에 띄우듯 지금 여기 이 글을 써서 세상에 보내요. 부디 당신에게 닿기를. 아니 닿지 않아도 당신이 오늘의 기쁨과 사랑을 느끼는 멋진 하루를 보냈기를. 언제나 많이 보고 싶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