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그리고 후회
가로등 아래 소년들
아이들이 부모에게 상처받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가장 슬픈 건 더 이상 원망도, 사과도, 보답도 할 수 없을 때다.
L은 그 누가 봐도 수려한 외모를 가졌다. 말 그대로 모델 같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삶은 별로 아름답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재혼한 어머니를 떠나 L은 아버지와 살았다. 아버지는 소년을 사랑했지만 거칠었다. 그는 자기 자식을 자주 모질게 매질했지만 최선을 다해 세상 속에서 살았다. 목수였던 그 아버지는 술이 유일한 위로였고 그 술은 그의 목숨을 너무나 이른 나이에 앗아갔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 분노, 슬픔이 뒤섞인 소년은 마음을 잃고 정처 없이 세상을 헤메 다녔다. 그 소년에게 반한 술집 여자가 3년을 먹이고 재우다시피 하기도 했고 쉼터에 들어가 도움을 받기도 했다.
소년은 세상을 두려워하고, 동시에 우습게 여겼다. 그 때문에 그는 사실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소년은 처음 가출했을 때는 괴로움도 있었지만 자신이 세상에서 성공하리라는 기대와 꿈도 있었다. 성공해서 아버지에게로 금의환향하는 꿈. 아버지와 성인이 된 아들이 만나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삶의 고통을 나누는 한 장면.
그러나 그 아버지는 기다려주지 않았고 소년은 원망도 기대도 화해도 모두 할 수 없게 되었다.
소년의 그 티 없는 깊은 슬픔은 다른 무언가로 잘 메꿔지지 않았다. 소년의 슬픔과 삶은 긴 시간이 치유해 주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소년은 마음을 다잡고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함께 일을 시작했다. 소년은 다시 자신의 마음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소년을 가장 괴롭힌 건 시간이었지만 소년을 치유한 것도 시간이었다. 이제 소년이 지금처럼 시간을 진실로 채워가며 알차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