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는 늘 궁금했다. 왜 우리 형은 나와 다를까? 그리고 왜 난 우리 가족과 모두 다르지? D는 질문했다. 왜 그러죠?라고. 그리고 D는 가족들 모두가 쉬쉬하던 비밀의 상자를 열었다. 그 결과 D는 하루아침에 배척당했다.
우리는 D가 절대 가출 생활을 오래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곧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겠거니 하고. 왜냐면 D는 다른 가출한 아이들에 비해 멀쩡한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D는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D는 깡마르고 키가 컸다.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동생들을 잘 챙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병적으로 씻는 것을 싫어했고 요리 후 뒷정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늘 문제가 있었다.
D 또한 A, B, C와 함께 지냈다. 하지만 늘 함께 밥을 먹고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놀 때는 바깥에서 다른 친구들과 지냈다. D는 아르바이트도 여기저기 다니고 우리가 보내준 요리학원에서 양식조리를 배우기도 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아직도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겉으로는 배척하는 모습을 보였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D는 항상 가족들을 좋아했고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할머니와 형은 늘 돌아오는 D를 집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면 D는 무기력하게 밀려났다.
D는 사실 전반적으로 취향의 문제가 있었다. 만나는 친구들이나 형들이 다른 애들과 비교했을 때 정말 심할 정도로 위험하거나 문제가 있었다. 좋아하는 것, 선호하는 것 자체가 어둡고, 자신에게 위해를 끼칠 만큼 위험하며, 너무 더럽고, 위험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D를 만나보면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저 소년이 바라보고 지향하는 것들을 죄다 끔찍한 일들로 바꾸어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끝없는 불운이 D에게 모든 것들을 포기해 버리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시작이나 과정은 괜찮아 보였더라도, 결국 D는 자신이 사랑한 것들에게 상처 입었다. D가 청년이 되어 잡은 직장은 불법 사채의 상담 업자였고 D와 함께 살 미래를 약속했던 여자는 D와 살면서도 몸을 팔러 나가는 창녀였다. 지독하게 불운했던 건지, 아니면 세상을 바라보는 무언가 어떤 시선이 뒤틀려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D를 무시무시하게 배반한 때에도, D는 선량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충실했다. D는 자신을 위험으로 내모는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몸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여자 친구를 모두 용서했다. 그러나 결국 D는 직장의 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쫓겨나고 여자 친구는 D가 벌어오는 돈으로는 부족하다며 투덜거리고는 다시 몸을 팔러 나가 경찰에 붙잡혔다.
D는 많이 상처 입었고, 실망하고, 좌절했다. 스무 살이 넘어 D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했다.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할걸 그랬다고. 슬펐다. 후회하는 아이는 우리를 정말로 슬프게 한다. 비록 똥고집을 부리고 억지를 부리며 우리와 싸우더라도, 아이들은 거의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는 정말 슬프다. 지난 시간이 돌아오지도 않고, 지난 시간들이 모두 다 먼지처럼 허망해지는 순간 이어서다. 후회는 짧고 대신 다시 도약하려는 열망이 커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도울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늦어도 다시 갈 수 있다.
D는 후회했다. 그러나 바꾸지 않았다. 그건 우리를 정말 절망하게 했다. D는 처음 왔을 때 그 누구보다 멀쩡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장 처참하게 부서졌다. 출발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 뒤로 어떤 것들을 택하느냐 하는 작은 선택들이 모이고 모여 이후를 만들어낸다. 완전히 D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보아도 처절하게 안타까운 불운들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틀리고 잘못되었지만 무시하고 포기하고 계속 내려간 건 D다. 우리는 왜 D가 그런 선택들만을 할 수 없었던 건지 정말 너무나 안타깝다. 그리고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다. D의 주변에 비해 D는 좋은 소년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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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는 자신을 버리지만 늘 희망을 갖고 있었다. 나는 D가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