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없애려다 양파에 빠지다
새벽 배송된 프레시 백을 열고는 깜짝 놀랐다.
양파 3kg을 주문했는데
양파 망 안에는 멜론만 한 양파 여섯 개가 힘겹게 들어있다.
유전자 조작 양파인가? 그래도 양파는 싱싱했다.
커다란 양파를 먹기 위해, 아니 해치우기 위해 담글 생각이 전혀 없었던 양파 장아찌를 담그고,
채 썰어 볶아내기도 했다. 양파 볶음은 갈색(그놈의 캐러멜라이징)이 될 때까지 해야 하는데 팔이 아파서 아이보리색에서 멈췄다.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할 수 있는 양파 요리를 생각하다가 양파 조림이 생각났다.
채 썬 양파에 양념장을 부어 15분 정도 졸여주면 되는 양파 조림은 만들기는 쉽고 활용도는 높다.
* 세상에서 제일 쉬운 양파 조림 만들기
1. 양파(보통크기 2개 기준)를 채 썰어 냄비에 넣는다.
2. 양조간장 2스푼 + 맛술 1스푼 + (설탕 반 스푼) +물 2스푼 넣고 중불부터 조린다.
3. 10분 정도 조리면 양파에서 물이 나온다. 불을 세게 올려서 물이 날아갈 때까지 조린다. (국물이 있어도 상관없다면 생략 가능)
갈색빛이 도는 야들야들한 양파 조림이 완성되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맨밥 위에 양파 조림을 얹어 비벼 먹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맛이다. 남편은 양파 조림 위에 마요네즈를 얹어 주었더니 일식 느낌이 난다고 했다. 커다란 양파 한 개는 한 끼에 사라졌다.
‘기대 이상인걸?’
기대라니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커다란 양파 없애기 프로젝트일 뿐이었지. 하지만 양파 조림은 너무 맛있어서 하루 만에 나의 최애 메뉴가 되어버렸다.
남은 양파는 모두 조림으로 만들었다. 반찬으로 집어먹기도 하고 비빔국수에 비벼 먹기도 하고 꽃빵에 싸 먹기도 했다.
양파를 없애려고 했던 나는 양파 조림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일 년 내내 우리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양파는 각종 영양의 보고다.
양파는 불면증을 개선하고 피로회복과 신경 안정에 도움이 된다.
혈당조절, 당뇨 개선, 노화 지연,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혈관질환과 뇌 건강에 좋다. 항암 항염 효과가 있고 면역력을 강화시켜 준다.
특히 혈관 건강에 좋아서 기름을 많이 쓰는 중식에 빠지지 않고 양파가 들어간다.
생양파를 먹을 경우(주문한 음식이 안 나와서 지루할 때 종종 먹는다.) 입에서 떠나지 않는 양파 냄새가 문제다. 하지만 양파를 익히면 그럴 걱정은 없다. 맵고 냄새가 나는 양파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다른 존재로 바뀐다.
특별하게 먹고 싶다면 양파 조림 위에 돈가스나 연어를 올리고 쪽파나 청양고추까지 첨가해보자. 맛도 비주얼도 고급진 일품요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