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완성되는 갓 지은 밥
10분이면 완성되는 밥이 있다.
햇반 아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갓 지은 냄비밥이다.
냄비밥을 알기 전까지는 쌀로 밥을 지으려면 반드시 압력밥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기억하는 시간부터 엄마는 삼시 세끼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으셨다.
할머니도 이모도 고모도 밥은 압력밥솥에 지었다.
광고에서도 밥은 압력밥솥으로 지어야 한다고 했고
일일 드라마에서도 밥은 압력밥솥에 했다.
한국인에게 밥은 식사의 기본이 되는 주식이다.
밥솥은 그 밥을 만들어 주는 도구이니 주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결혼할 때 비싼 압력밥솥을 혼수로 장만했다. 비싼밥솥=좋은 밥솥이 맛있는 밥을 만들어 준다는 것에 의심이 없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뒤엎는 사건이 있었다.
한식 조리사 실기 시간에 냄비로 밥을 짓는 냄비밥을 배웠다.
냄비밥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장소나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냄비 하나>만 있다면 밥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냄비밥을 배울 때 사용한 냄비는 특별한 냄비가 아니었다. 학교에 있는 공용 실기용 냄비를 사용했다. 냄비는 가볍고 부실해 보였다.
‘여기다 밥을 한다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교수님이 알려준 방식대로 밥을 지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 간단해서 불안하기까지 했다.
‘정말 밥이 될까?’
그런데 밥이 된다. 그것도 아주 잘 지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밥이 완성되는 시간이다.
10분이면 밥이 된다.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을 때는 40분까지도 걸렸다.
이름하여 ‘찰진밥’
밥을 짓고 김을 빼고 뜸을 들이는 과정이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것만 같았다. 40분이란 시간을 투자했으니 당연히 더 맛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압력밥솥으로는 가장 빨리 짓는 ‘고속밥’도 20분이 걸린다. 그래서 밥 짓기는 최소한 20분은 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냄비는 단 10분 만에 찰진밥을 만들어냈다.
나는 지금까지 속고 있었단 말인가?
‘압력밥솥이 없으면 밥을 할 수 없다’라는 틀린 전제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 누구도 압력밥솥만으로 밥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다.
이제 나는 ‘밥’으로부터 자유롭다.
불린 쌀만 있다면 윤기가 흐르는 밥을 10분 만에 지을 수 있다.
식탁을 닦고 수저를 놓고 반찬을 놓는 사이에 밥은 완성된다.
1분만 뜸을 들인 후에 뚜껑을 열고 밥을 푸면 된다.
짜잔~ 10분 냄비밥 완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