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보다 쉬운 떡국
처음으로 떡국을 먹었던 날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떡국을 끓였던 날은 기억이 난다.
결혼 후 처음 만든 떡국이 내 생애 처음 만든 떡국이었다.
28살의 나는 요리책을 펼쳐놓고 책에 나온 순서대로 요리를 했다.
1. 양지 덩어리를 사서 핏물을 뺀 후, 대파의 줄기, 통마늘과 함께 푹 끓인다.
고기가 찢어질 정도로 끓이라고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고기는 찢어질 기미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고기는 더 질겨지고 있었다. 의심스러워서 젓가락으로 고기를 계속 찔러보았다.
‘부드러워져야 찢어지는 것이 아닐까? 고기를 잘못 샀나?’
쪼그라드는 고기를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두 시간이 지나자 젓가락이 고기를 뚫고 겨우 들어갔다. 세 시간이 지나자 고기는 부드럽게 찢어졌다.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
2. 고기는 건져내어 찢은 후에 갖은양념을 하고 고기를 우린 국물에 떡을 넣고 떡국을 끓인다.
3. 계란은 지단을 부쳐서 채 썬다. 찢은 고기와 함께 계란을 고명으로 얹는다.
레시피가 시키는 대로 똑같이 따라 했는데도, 새댁이 세 시간 이상 걸려 만든 떡국은 맛이 없었다.
‘떡국 끓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구나.’
그 뒤로 떡국은 특별한 날만 먹는 음식으로 남기기로 했었다.
지극정성으로 끓이는 떡국도 있지만
라면보다 쉽게 끓이는 떡국도 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떡국을 끓여보자.
처음부터 물과 함께 떡을 넣고 끓여도 된다.
액적으로 간을 하면 맹물로 끓여도 육수 맛이 난다.
풀어서 넣어도 되고 그대로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된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떡국 완성이다.
떡국이란 물에 떡을 넣어서 끓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거면 한 끼 식사가 된다. 얼마나 간단한가.
쌀가루로만 만든 순수한 떡국 떡은 밥을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편으로 썰어져 있는 떡은 빨리 익고 씹기에 편하다. 계란을 추가해서 김치와 함께 먹는다면 단품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떡국의 응용과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끓이면 된다.
육수를 내고 싶다면 육수를 내어 끓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고명을 얹으면 된다. 고기나 야채를 볶아서 얹으면 떡국이 고급스러워 진다. 간단하면서도 떡국과 잘 어울리는 고명은 김이다. 날김을 구워서 얹어도 좋고 조미김을 부셔 넣어도 좋다.
사골국물에 끓이면 보양 떡국이 된다.
마지막에 들깻가루나 콩가루를 넣으면 이색적인 고소한 떡국이 된다.
떡국을 오래 끓이면 떡이 풀어져서 국물은 걸쭉해지고 떡은 부드러워진다. 소화도 잘 되고 목 넘김이 좋다.
어릴 때는 쫄깃한 떡이 좋았는데 이제는 풀어진 떡이 좋아진다.
나는 냉동실에 떡국 떡은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해둔다. 찬밥이 없어도 냉동밥이 없어도 떡국 떡이 있다면 든든하다. 5분이면 한끼 식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쫄깃쫄깃한 식감에 목 넘김이 편한 걸쭉한 국물,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고명 하나만 바꿔도 색다른 맛이 나는 떡국은 내 효자음식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