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손내밥 Apr 09. 2024

일석삼조의 기쁨 머그 텀블러

라테는 머그에 마셔야죠

도자기로 만든 머그 텀블러도 있을까?


집 앞에 있는 파바는 나의 단골 카페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이곳에 온다. 

여기가 단골이 된 이유는 카드 포인트 할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카드를 쓰면서 쌓인 포인트를 마땅히 쓸 곳이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이 카페 저 카페를 전전하다 파바에서 50% 포인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걸 알았다. 포인트로 커피를 마시니 반값에 먹는 기분이었다. 자주 오다 보니 이곳이 편해졌다. 나만의 지정석도 생겼고 배가 고플 때면 빵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따뜻한 라테 한 잔이요. 엠포인트로 결제해 주세요."

 4월의 어느날 평소와 다름 없이 주문했다. 


“4월부터는 15,000원 이상 구매하셔야 포인트 할인이 됩니다.”

알바가 안내 포스터를 가리켰다. 


현대카드 매일 15,000원 이상 구매 시 50% 포인트 할인


헉. 커피 가격이 두 배로 뛰는 순간이었다. 

내일부터 두 배 가격으로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커피를 마실 이유는 없다. 할인가가 아니라면 다른 카페의 커피가 훨씬 맛있기 때문이다. 


파바는 커피 전문점이 아닌 베이커리라 아르바이트생이 만든 라테는 맛이 별로다. 밀크 폼은 거의 찌그러져 있거나 소멸되어 있다.


그래도 이곳을 포기하지 못하겠다. 3개월 이상 이곳을 이용하면서 여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침 7시에 오픈하는 곳은 여기뿐이다. 


전에 텀블러를 가져왔을 때 텀블러 할인을 받은 기억이 났다. 

‘포인트 할인이 안되면 텀블러 할인이라도 받자.’

하지만 텀블러에 담긴 라테 맛을 생각하니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집에 텀블러는 쌓여 있지만 텀블러에 담긴 라테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따뜻한 라테는 머그에 마셔야 제 맛이다. 스테인리스 텀블러에 마시면 라테의 맛은 완전히 달라진다.


텀블러 할인이냐 라테의 맛이냐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기로에 섰다.


둘 다 포기할 순 없다.


집에 있는 컵을 가져가서 마실까?

개인컵을 들고 다니면 알바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라테 맛도 중요하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고 싶진 않다.


도자기로 만든 텀블러가 있다면 좋을 텐데...

혹시 머그 텀블러도 있지 않을까? 


찾아보았다.

있다. 역시 세상엔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머그 텀블러는 손잡이가 없는 머그컵이다. 다른 점은 실리콘 뚜껑과 컵을 감싸주는 슬리브가 있는 거다. 가격은 4,900원으로 저렴했다.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 번만 할인을 받으면 컵 가격은 빠진다는 위로를 하며 머그 텀블러를 구매했다. 



앞으로는 환경을 지키고 텀블러 할인도 받고 

무엇보다 라테의 소중한 맛을 지켜주는 

머그 텀블러를 쓰련다.


머그 텀블러는 나에게 일석삼조의 기쁨을 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참치마요 덮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