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 죽 뜨!
태양이 이글거린다. 바깥 온도는 30도가 넘는다. 노트북을 안은 채 카페로 피신한다.
"따뜻한 라떼 하나요."
이 찐 더위에 뜨거운 라떼를 마시는 사람은 카페에 나뿐이다.
이유는 어제 마신 아이스라떼 때문이다.
더워도 너무 더운 날이었다.
나는 냉 중의 냉 체질로 얼음과는 상극이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아이스로 마셔줘야지.'
얼음이 가득 담긴 투명한 잔 안에 담긴 아이스라떼를 받아들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진한 갈색 에스프레소가 하얀 우유 아래로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
셀레는 비주얼이다.
빨대를 꽂아 첫 한 모금을 들이켰다. 혀끝으로 전달된 찐~한 에쏘는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온몸을 전율케했다.
오 좋아~~~
더위도 잠도 깜짝 놀랄 만큼 시원타.
'역시 아이스라떼 시키길 잘했어.'
두 모금, 세 모금 마시니 아라의 양이 확 준다. 마음이 조급해져서 마시는 속도를 늦췄다.
아라는 얼음이 70%다. 급하게 마시면 순식간에 얼음만 남는다.
잠시 후, 아라는 얼음 물에 희석되어 맹탕 커피가 되었다. 커피색이었던 아라는 살색이 되었다.
커피도 물도 우유도 아닌 밍밍한 커피를 조금이라도 더 마시려고 빨대를 쪽쪽거렸다.
컵 안에 얼음은 잔뜩 남았는데 더 이상 빨려 올라오는 커피는 없었다.
뱃속은 찼고 마음은 휑했다.
이 허무함은 뭐지?
1일1잔의 만족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 속은 듯한 느낌만 남았다.
커피 한 잔에 뭐 그리 의미를 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내게 커피 한 잔은 하루 행복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커피 한 잔에 진심이다.
첫 한 모금은 행복했는데...
얼음이 녹아갈수록 흐릿해지는 아라의 맛은 아쉽기만 하다.
따라였다면 마지막까지 같은 농도의 진한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따라를 마실걸...
'내일부터는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 라떼를 마실 테야.'
그래서 오늘은 30도가 넘는 찐더위 아래서 따뜻한 라떼를 즐긴다.
역시 따라는 마지막 한 모금까지 행복하다. 마신 후에는 뱃속이 따땃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충만해진다.
저녁에 딸 아이에게 나의 라떼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는 '타 죽 뜨' 구나."
"그게 뭐야?"
"타 죽어도 뜨거운 라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