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바는 처음이라...
카페인에 취약한 내가 한자리에서 여섯 가지의 커피를 맛보았다.
“오늘은 에스프레소 바에 가보자.”
고교 동창 둘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한 친구가 에쏘 바를 제안했다.
전부터 들어보긴 했는데 에스프레소 바는 카페와 뭐가 다르지?
궁금하면 가보자~
출입문을 여니 향긋한 커피 향과 재즈가 우리를 반긴다. 일층에 카운터와 커피 머신이 있고 이층에 좌석이 있다. 유니폼을 입은 세 명의 바리스타들이 바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메뉴를 보니 종류가 많고 생소하다.
그런데 싸다?
대부분 메뉴가 2500원~ 3500원 사이다.
나는 라떼 아니면 카푸치노였는데 너무 많으니 고를 수가 없다. 뭐 먹지?
“시그니처를 마셔야지. 요기 별이 붙어 있는 메뉴."
친구가 손가락으로 별을 짚어 준다.
시그니처 메뉴는 에스프레소를 제외하고 두 개였다.
“카페 피에노는 에쏘와 카카오 토핑,
카페 오네로소는 에쏘와 크림과 우유."
친구는 작은 글씨를 더듬어가며 읽어준다.
“크림과 우유? 그럼 난 카페 오네로소.”
커피는 크림, 우유가 최고의 조합이지~
우리는 오네로소 두 잔과 피에노 한 잔을 주문하고 디저트도 골고루 골랐다.
동그란 은색 쟁반 위에 커피와 디저트가 담겨 나왔다.
“귀여워. 소꿉놀이 같아.”
작고 투명한 잔에 담긴 카페 오네로소는 부드럽게 달고 짜릿하게 쌉쌀했다.
"오~ 맛있다."
눈이 동그래진 우리는 서로의 커피를 주거니 받거니 마시며 맛을 평가했다. 적은 양의 커피는 아껴 마셨는데도 금세 사라졌다.
“한 잔씩 더 마시자.”
또다시 메뉴판의 작은 글씨를 들여다본다. 마음 같아선 메뉴판에 있는 커피를 다 마셔보고 싶었다.
라떼와 고민 끝에 나는 마끼아또를 주문했다. 마끼아또는 당 수치가 오르기 전에 내가 즐겨마셨던 메뉴다.
한 친구는 곧 죽어도 아아를 외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친구는 오렌지 슬러시가 들어간 ‘카페 리에토’를 주문했다.
“윽. 마끼아또는 별로야. 에쏘에 설탕만 넣은 맛이야.”
캐러멜 마끼아또를 상상한 나는 써도 너무 쓴 마끼아또에 실망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오네로소와 달리 마끼아또는 수다와 함께 천천히 줄어들었다.
한 보따리의 이야기와 함께 커피도 디저트도 다 사라지고 여섯 개의 잔이 쌓였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머릿 속 한구석엔 라떼 생각이 가득했다.
‘마끼아또 말고 라떼를 시킬 걸. 여기 라떼는 무슨 맛일까? 엄청 맛있을 지도 몰라.'
마셔? 말아? 한잔 더 마셔도 되려나? 카페인 과다로 죽지는 않겠지?
그래, 결심했어.
라떼 마니아인 내가 여기까지 와서 라떼를 안 마실 순 없지.
“커피 더 마실 사람?”
“난 됐어. 근데 너 괜찮겠어? 커피 많이 마시면 잠 못 잔다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안 먹으면 후회할 거야.”
손을 내 젓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나 홀로 라떼를 주문했다.
하지만... 라떼 위에는 내가 사랑하는 폭신한 우유 거품 따위는 없었다. 밋밋하고 썼다. 석 잔 째였기 때문에 혀가 정신줄을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도 맛을 본 후 말이 없다.
"역시 시그니처만 먹으면 되는 거였어."
빠이~ 에쏘 바.
여섯 잔의 커피를 맛 본 후, 에쏘바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집으로 가는 길, 심장이 몹시 쿵쾅거린다.
'역시 라떼를 마셔보길 잘했어. 미련이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