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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주저 앉아버렸을 때 필요한, 미문❞

미문이 필요한 시간

by 최동민


❝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여전히 세계는 온통 슬프고, 나는 울면서 걷고 있다.

그래도 걷고 있다. ❞



⟪청춘유감⟫

글 | 한소범

펴낸 곳 | 문학동네





많은 동물들은 태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몸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죠. 인간이 아이는 몸은 커녕 목조차 가누지 못한 채, 몇 달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겨우 목을 가눈다 싶으면 몸을 뒤집고, 앞으로 기고, 팔을 다리 삼아 몸을 일으키려 애씁니다. 그러다 곧 풀썩, 주저앉고 말죠.


꼭 아기의 시절에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두 발로 힘껏 뛸 수 있게 된 후에도 우리는 종종. 아니 자주. 풀썩 주저 앉곤 합니다. 아기처럼 말이죠.


그럴 때 이런 미문은 위안이 됩니다. ❝그래도 걷고 있다.❞ 는. 사실을 적시한 미문은 위안이 됩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 이렇게 걷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몸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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