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블루스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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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공평합니다. 부자든 가난하든,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디에서 자랐든. 누구와 있든 또 없든.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고, 항상 공평히 빼앗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한 죄를 범한 죄인에게는 돈을 빼앗고, 중한 죄를 범한 죄인에게는 시간을 빼앗는 것이죠.


2023년. 우리는 한 해의 시간 동안 공평히 시간을 지불했습니다. 누구도 한턱 낸다며 시간을 더 쓰지도 않았고, 시간을 저축한 이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이렇게,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서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위로를 줍니다. 나와 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위로를 얻습니다. 그중 마음이 맞는 이가 있다면 두 손을 맞잡고 블루스 한 곡을 춰도 좋을 것입니다. 12월은 그래도 좋은 달이니까요.


미국으로 넘어온 아프리카계 흑인 미국인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블루스. 이 음악은 가장 큰 특징은 주고받는 형식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대화를 하듯, 밀거나 당기며, 때로는 껴안으며 나누는 음악이 블루스입니다. 그런 음악이기에, 12월과 블루스는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12월은 홀로 있기엔 지독히도 외로운, 그런 달이니까요.


이별.

12월은 이별의 달입니다. 2023년이란 시간과 이별하고, 그 시간에 쌓인 추억과 이별하는 달입니다. 누군가는 내년을 기약지 못한 이들과 한 번 더 이별하는 달이며, 누군가는 1월 1일의 안녕. 그 인사를 나누기 위해 찰나의 인사를 준비하는 달입니다.


말하자면 12월은 마침표를 찍는 달. 그래서 뒤의 어떤 단어도 남기지 못하는 달. 할 수 있다면 겨우 추신 몇 줄을 남기는 것이 전부인 달. 그래서 감사하고 그래서 야속한 달. 12월은 그런 달입니다.


그런 달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당신과의 블루스. 그것이 전부겠죠. 얼마나 다행인가요. 당신도 있고 블루스도 있는 12월. 그것이 전부인 오늘이 있다는 사실이.




이천이십삼 년 십이 월 사 일.

⟪윤고은의 EBS 북카페⟫ '일간 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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