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예순에도 아름다울 무지개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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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먼지, 잦은 구름, 낙엽의 색마저 흐려져 가는 그런 세상. 그런 하늘 아래. 무지개도 볼 수 없는 회색 하늘 아래. 그 아래 살고 있어서일까요. 하늘 한 번 쳐다볼 일도, 주변을 둘러서 볼 여유도 무지개처럼 사라져 버린 것만 같습니다. 아니, 그 일곱 빛의 아름다움마저 잊고 사는 것만 같습니다.


그럴 때, 한 시인의 시집을 폅니다. 윌리엄 워즈워스.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자연을 노래한 시인. 그가 노래한 무지개의 시를 읽어봅니다. 시인은 말합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고. 그것은 어린 날의 자신도, 다 자란 오늘도, 쉰 예순에도 그럴 것이라고.

시인은 이어 말합니다. 쉰 예순에도 그러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을 것이라고.


그 말을 품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곳엔 어린 날의 무지개가 드리워 있습니다. 쫓아가고 싶었고, 만져보고 싶었고, 미끄럼 타거나 안아보고 싶었던 그런 무지개가 드리워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빈틈없이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무지개. 나태주 시인도 워즈워스처럼 그것을 그리워합니다.

어느 날 그는 마침 소낙비가 한 차례 세차게 하늘을 훑고 지나간 뒤, 동쪽 하늘에 그려진 둥그런 무지개를 마주 합니다.


입에서는 아, 무지개! 라는 감탄사가 흘렀고, 다리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멈춰버렸습니다. 시인은 함께 걷던 이들에게도 손을 들어 무지개를 가리켰죠.. 그러자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무지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풍경은 퍽 아름다웠습니다. 쉰 예순에 봐도 행복해질 것만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지개의 시간은 찰나와도 같았고, 사라진 무지개를 뒤로 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을 나섰습니다. 시인 역시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무지개는 잠시 하늘에 떠 있는 신비한 존재. 주의 깊게 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꿈 같은 것.”이라고 말이죠.


그 말에 이런 마음을 더해봅니다. 꿈 같은 존재. 꿈 같이 아름다운 것. 그것을 좇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이런 마음을 더해 봅니다. 그렇게 무지개 같은 마음, 무지개 같은 말, 무지개 같은 생각을 잇다보면 조금은 더 자주 무지개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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