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세계가 있습니다.
서로 닿지 못하거나 멀리 돌아가야 하는 세계입니다.
이 가닿지 않은 두 세계를 잇기 위해선 다리 혹은 터널을 놓아야 합니다.
그중 다리는 더하는 통로입니다. 양 세계 사이에 무언가를 추가하여 있는,
더하는 통로입니다.
반면, 터널은 덜어냄의 통로입니다. 터널을 만들기 위해선 높다란 산을 비롯한 땅과 흙을 파내야 합니다. 파고 빼내고, 파고 덜어내고, 파고 던져 버리고.
그렇게 구멍을 내서 두 세계를 잇는 통로. 그것이 터널입니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주인공 치히로. 그는 탐욕 가득한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한 터널을 지나 이상한 세계에 빠져들고 그곳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세계. 치히로는 어떻게 해야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터널에서, 덜어냄의 통로에서 찾아냅니다.
인간의 욕심. 두 손 가득 무언가를 쥐고, 뱃속 가득 무언가를 채운 이들. 그런 이들은 좁은 구멍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울타리 안의 음식을 손에 쥐고 놓지 못하는 바람에 잡아먹힌 어느 미련한 동물처럼 말입니다. 혹은 돼지가 되어버린 치히로의 부모님처럼 말입니다.
“터널을 벗어날 때까지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 돼.”
치히로를 도와 그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 주려 하는 하쿠. 그는 터널 앞에 선 치히로에게 말합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그 말은 욕심도 미련도 남김없이 버리라는 말과 같았습니다. 뒤를 돌아보면 내 안의 욕심이 놓고 온 무언가를 갈망하게 될 것이고, 그 욕망에 손을 뻗으면 영원히 터널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말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치히로는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달립니다. 덜어냄의 통로. 터널을 내달립니다.
이런 치히로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의 지혜 하나를 배웁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터널. 그 어둔 통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놓친 것은 놓친 대로 내버려두고, 앞만 보며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