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세상에 이름을 알린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는 60여 년의 시간 동안 한결같이 거리에 나섰습니다. 작은 카메라 하나를 들고서 말이죠.
사진작가였지만, 찍고자 하는 대상을 정한 뒤 카메라를 든 적이 없는 작가. 그저 일상의 순간 속에서 평범하게 걷고 또 바라본 뒤, 찰나의 순간을 셔터의 소음과 함께 담아낸 작가. 그의 이름은 사울 레이터였습니다.
맨해튼 도심을 배경으로 담아낸 그의 흑백과 컬러 사진들. 그것을 보는 맨해튼의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가 정말 맨해튼이라고?“
그들의 놀란 표정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일상의 삭막한 맨해튼에 비해, 사울 레이터의 사진 속 맨해튼은 너무나 낭만적이거나, 멜랑콜리하거나, 타국의 것처럼 낯선 빛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 사진을 남긴 사울 레이터에게 사람들은 묻습니다. 어떻게 별다른 것 없는 일상을 이토록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었냐고 말이죠. 그런 이들의 질문에 사울레이터는 말합니다.
“사진 덕분에 나는 바라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그의 말처럼 무언가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가만히 또 기쁘게 바라보다 보면 우리의 일상에는
몇 개의 아름다운 필터가 씌워집니다. 그 필터로 바라보는 우리의 일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어느 판타지 영화의 세상처럼, 또 가끔은 이국의 색으로 덧칠된 것처럼. 우리 일상을 특별하게 채워주는데요.
그런 일상에 초대받길 원한다면 우리도 이렇게 한번 해보죠. 일상의 시간과 풍경을 그저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