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을 보호하는 어머니 나무가 되고 싶어요

by 초록노동자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어머니 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


지난 20년 동안, 식물 조사를 위해 우리나라 곳곳을 다녔습니다. 식물들이 살고 있는 산림, 하천, 계곡, 습지, 하구, 사구, 갯벌 등 다양한 생태계를 찾아다녔어요. 특히 높은 산에 오르면 수령이 오래된 웅장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캐나다의 산림생태 전공 교수인 수잔 시마드는 이런 나무들을 ‘어머니 나무’라고 불렀어요. 주변의 어린 나무들과는 다르게 어머니 나무의 품은 넓고 깊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숲을 지켜온 어머니 나무 아래에서 자라고 있는 작은 나무와 풀들. 모든 생명에게 쉼터와 양분을 내어주는 보호자와 같아요.



나무들은 서로를 도우며 서로 이어져 있었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전 시마드, p.274



KakaoTalk_20250801_094849703_05.jpg 제천에서 만난 어머니 나무, 소나무



긴 세월이 만들어낸 나무


어머니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견뎌낸 끝에 지금 그 자리에 살아있어요. 봄의 극심한 가뭄과 산불, 여름의 강력한 태풍과 줄기찬 비가 내리는 장마,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무거운 눈을 버텼어요. 이제는 기후 위기와 개발로 인한 훼손에 더 위협받고 있습니다.


수많은 자연적 위협과 인위적 훼손에도 어머니 나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요. 어쩌면 우리가 산이나 주변 지역에서 마주치는 어머니 나무는 일제강점기마저 지켜본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옛날에 살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할 수도 있어요. 전쟁과 개발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살고 있어요.



숲을 이어주는 연결망


수잔 시마드가 쓴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저에게 큰 울림을 준 책이에요. 그녀는 숲이 단지 나무들의 집합이 아니라, 뿌리와 뿌리 사이, 뿌리와 땅 속의 균사가 촘촘히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 중심에는 어머니 나무가 있습니다. 어머니 나무는 단순히 오래 살아온 나무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양분을 어린 나무들에게 나누어 주고, 때로는 빛을 가려 강한 햇살을 막아주며, 숲 전체의 균형을 지켜낸 나무입니다. 홀로 선 거목이 아니라, 숲의 미래를 키우는 존재인 것이지요.



어머니 나무는 자신의 자녀들이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도록 출발선을 당겨 주지만, 자손을 위해 마을이 번창하도록 가꾸는 일도 잊지 않는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전 시마드, p.449



IMG_5587.JPG 소백산국립공원의 어머니 나무, 신갈나무



어머니 나무가 많을수록 더 건강한 숲


어머니 나무가 많은 숲은 많은 것이 달라요. 그늘은 짙고, 새들의 노랫소리는 더 다채로워요. 숲길을 걷다 보면 알 수 있어요. 오래된 나무가 지켜주는 숲은 공기가 훨씬 더 맑고 땅은 더 촉촉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토양은 더 건강하고, 탄소도 더 많이 저장하고 있어요. 어머니 나무가 많은 숲은 기후 위기를 늦추고,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며, 인간에게 쉼과 위안을 줍니다. 우리가 숲을 찾을 때 느끼는 안정감, 바로 그 배경에는 어머니 나무가 있어요.



숲을 보호하는 어머니 나무가 되고 싶어요.


숲에 갈 때마다 어머니 나무를 만나길 기대합니다. 웅장한 나무 앞에 서면, 제 자신이 겸손해져요. 어머니 나무는 단순히 오랫동안 살아남은 생명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생명과 연결되어 숲을 지켜온 수호자예요. 어머니 나무가 있기에 숲은 다음 세대를 품고, 우리는 숲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어머니 나무를 만나러 숲으로 갈 거예요. 나무들이 전하는 숲의 언어를 인간 세상의 언어로 번역해서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어머니 나무’가 되고 싶어요.



홀로 자라는 뿌리는 잘 자라지 못한다. 나무들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수전 시마드, p.275



IMG_5433.JPG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