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문고, 군산의 가장 오래된 서점

by 초록노동자

군산에 온 지 10년이 되었어요. 처음 봤던 회색빛의 흐릿한 도시는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듯 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선명해진 군산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군산.





10년 전 직장을 따라 군산으로 이사 왔어요. 그동안 여러 번 이사했는데, 이사 가서 집 정리가 얼추 끝나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서점과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예요. ‘서점’이라고 검색했는데, 많지 않았어요. ‘책방’이라고도 검색했는데, 역시 많지 않았어요. 대도시와는 다르게 대형 서점도 없었고요. 어느 휴일, 여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검색에서 제일 위에 뜨는 서점으로 향했어요. “한길문고” 그렇게 한길문고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점의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컸어요. 책의 종류도 분야별로 다양했고요. 제가 주로 읽는 취향의 책들도 많았어요. 아이가 읽을만한 책도 많았습니다. 작지만 강연하는 공간도 있어서 대번에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하기 전까지, 한 달에 몇 번을 드나들었습니다. 아이가 고른 책을 사줬고, 아이에게 엄마가 읽을 책을 사는 모습도 보여줬어요.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아이가 되길 바랐어요. (사춘기가 된 아이는 이제 책을 거의 읽지 않아요. ‘거의’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아이가 원하는 상품을 걸면 읽을 때도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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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에 한길문고에 갔다가 홍보 서포터스를 모집하는 포스터를 봤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신청했었어요. 당첨된 후에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한길문고 서포터스로 활동했어요. 한길문고에서 하는 문화 행사에 참여하고 블로그에 글을 썼고, 행사를 홍보하고,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을 읽고 서평을 썼어요. 한참 블로그에 매진할 때여서, 조회수도 많았고 좋아요 수도 많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한길문고를 위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군산에 온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한길문고에 참 많이 다녔고, 책도 많이 사서 읽었어요. 갈 때마다 큐레이션이 바뀌었고, 앉아서 책 읽는 곳의 위치와 분위기도 수시로 바뀌었어요. 재미있는 행사와 북토크도 많이 했어요. 문화 행사가 턱없이 부족한 군산에서, 저에게 한길문고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와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중에 고향에 돌아가 작은 서점을 연다면, 한길문고를 모델로 하고 싶었어요. 동네책방의 꿈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한길문고가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지난 10월, 한길문고 인스타그램에 ‘2025년 한길문고 3000자 소설 수필 공모전’ 공지가 올라왔어요. ‘응모하고 싶다.’ 마침 써놨던 초안이 있었어요. 마감일을 앞두고 글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엄마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2년 전 엄마가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했고, 그 돈을 갚아나가는 짧은 에세이였어요. 3000 자라는 글자수 제한이 있었기에, 주저리주저리 썼던 초안을 짧게 다듬었습니다. 10월 20일 투고 완료.


11월 3일, 결과가 나왔습니다. “선정된 작품 10편의 저자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엄마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 이*미>” 2년 전 글쓰기를 시작한 후, 이런 공모전에 글을 제출한 것도 처음이고, 선정된 것도 처음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최영건 작가님께서 심사평을 남겨주셨어요. “엄마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한 줄 대사로 그 순간이 생생히 전해져 왔어요. ‘딸, 엄마 사기당했어. 죽고 싶어.’ 이어지는 딸의 속마음도 진솔하고 단단했고요. 결말까지 완벽!”


공모전에서 선정된 10편의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주셨어요. <2025 제1회 3000자 소설 수필 공모전 수상작품집> 너무 감사합니다. 제 삶의 역사에 오래오래 남게 될 책이에요. 이 공모전은 매년 한다고 해요. 매년 하게 될 공모전의 1회에 선정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오늘 오전, 출간기념회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서 상장을 받으니 떨렸습니다. 초등학교 때 운동장의 교단 위에 올라가 교장선생님께 상장을 받던 장면이 스쳐 지나갔어요. 소감도 얘기했는데요. 시킬지 모르고 준비를 안 해가서 횡설수설했어요. 아무튼, 고마운 한길문고입니다.


올해도 한길문고 안에서 한 뼘 자라났어요. 인생은 항상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엄마에게는 이제야 말씀을 드렸어요. 상장 사진과 함께, “엄마 덕분에 상 받았어.” “왜? 엄마 덕분~~ 소재가 나야ㅎ” 조만간 친정에 갈 때 가져가서 엄마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출간된 책을 선물로 드려야겠습니다. 엄마가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사기당한 이야기를 딸이 소재로 삼아 글을 써서 상을 받았으니,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어 엄마, 좋은 글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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