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노을 맛집에서 달리기
군산에 온 지 10년이 되었어요. 처음 봤던 회색빛의 흐릿한 도시는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듯 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선명해진 군산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군산.
올해 초 바닷가 근처로 이사를 왔어요. 군산의 안쪽인 내륙에 살 때는 몰랐는데,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게 되니 삶의 질도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 들고 나는데, 그럴 때마다 갯벌이 드러나요. 산에는 골짜기가 있듯이, 갯벌에는 갯골이 있어요. 드러난 갯벌의 굴곡에 다양한 각도의 빛이 가 닿는 순간 자연은 오래된 명화 속의 풍경이 됩니다.
특히, 해질 무렵이 아름다워요. 특히, 비 온 뒤 개인 하늘의 노을이 아름다워요. 해가 길어진 여름, 퇴근 후 노을 진 바닷가를 달리는 것은 힐링입니다. 바닷가 옆을 달리는데, 밀물일 때 바닷물로 가득 차 있으면 바닷물의 짠내가, 썰물일 때 갯벌이 드러나 있으면 갯벌의 진흙 냄새가 바람에 실려와요. 달리면서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습니다.
매일 해가 지는 시간이 달라지면서 빛의 양도 달라져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달라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 달리기도 매일 하기 시작했어요. 낮 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달리기를 하러 바닷가로 나온 순간 사라집니다. 달리기 시작하면 엔도르핀이 나오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매일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새들은 밀물과 썰물을 따라 이동합니다. 바닷물 가까이에서 먹이 활동을 해요. 해질 무렵에 달릴 때, 다양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왜 울음소리라고 할까요? 웃음소리라고 하면 안 될까요?). 그럴 때면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빼고 새소리를 들어요. 찰랑찰랑 바닷물이 점점 밀려 들어오는 소리, 그 소리와 함께 먹이 활동 하는 새들의 울음소리. 자연이 연주하는 소리... 명상의 소리가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달리기가 끝날 때 즈음, 해가 저물어 깜깜해집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바닷가로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노을 질 때와는 또 다른 밤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해가 지면 달리기도 끝납니다. 매일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