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속 째보선창에 대한 이야기
군산에 온 지 10년이 되었어요. 처음 봤던 회색빛의 흐릿한 도시는 도수에 딱 맞는 안경을 낀 듯 선명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선명해진 군산의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군산.
책마음 커뮤니티에서 변은혜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조정래 100년 완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1년 5개월 동안 조정래 작가님의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을 차례로 읽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전 공부로 조정래 작가님의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과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읽은 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조정래 100년 완독 프로젝트'에서는 매달 두 권의 책을 읽고, 평일에 매일 필사를 해요. 매월 말에는 온라인 북클럽을 하며 책 속의 인물과 사건에 대한 우리의 느낌과 생각을 나눕니다. 완독 후에는 여행을 갑니다.
지금은 <아리랑 6>권을 읽고 있어요. 매일 조금씩 읽습니다. 흥미롭게도 지금까지 소설의 배경은 군산과 김제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살고 있는 군산의 비중이 훨씬 높아요. 읽으면서 제가 자주 다니는 길과 장소 곳곳에서 소설이 펼쳐집니다. 살면서 일제 시대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는 스치듯 지나가며 본 것이 전부였어요. 소설을 읽으며 아주 자세히, 구체적으로 알아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밤에 데려오는 길에는 '째보선창 삼거리'가 있어요. 하루에도 두 번은 지나다니는 길인데요.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운 단어라고 생각했고, 익숙해진 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다녔어요. 그러다가 <아리랑 3>권에서 '째보선창'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이제서야 궁금해졌습니다. 째보선창에 대해서요.
"째보선창... 이름도 참 더럽제 하고 생각하며 방대근은 침을 내뱉었다. 째보선창은 묘하게도 땅이 양쪽으로 찢어지듯 갈라지듯 하면서 바다와 맞닿아 있어서 배들을 대기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옛날부터 선창이 되었고, 날마다 작은 배들이 바글거렸다. 배들이 많이 모여드니까 자연히 객줏집들이 많아지게 되고, 일거리를 찾아 막일꾼들이 언제나 북적거렸다." <아리랑 3> p.280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구글에 검색을 해보았어요.
째보선창은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했던 선창으로, 과거 일제 강점기 때 번화했지만 현재는 그 기능을 잃고, 옛 수협창고를 리모델링한 째보 스토리 1899와 같은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째보 객주라는 인물이 상권을 장악했던 곳으로, '째보'라는 말은 언청이나 잔망스러운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며, '선창'은 물가에 다리처럼 만들어 배가 닿을 수 있게 한 곳 뜻합니다."
옛 수협창고를 리모델링한 곳의 1층에는 종종 가는 군산비어포트라는 수제맥주집이 있어요. 수협창고를 리모델링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인지는 몰랐어요. 다음에 가면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는 번화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빈 상가가 즐비합니다... 바닷가를 따라 500m 정도 걸어가면 뜬다리 부두가 있는데, 이 일대를 모두 째보선창이라고 불렀던 걸까요. 군산의 역사를 잘 아는 분께 여쭤봐야겠습니다.
째보선창에서 뜬다리 부두로 걸어가는 길에는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흔적들이 있습니다. <아리랑>을 읽고 있으니, 이렇게 역사적 흔적이 많은 도시를 걷는 것이 마음 아프면서도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해주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치듯 지나가며 보았던 장면들이 소설 속 이야기와 겹쳐지며 깊은 의미를 느끼도록 해줍니다. 군산에 여행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바다 풍경을 보면서, 잠깐 시간 내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