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겨우 지켜낸 한 해

[11화] 감사합니다.

by fiely

너무 강렬한 어떤 기억들은 계절에 책갈피를 꽂곤 한다.

첫 연애를 했던 그 여름 -

대학 졸업을 기다리던 그 가을 -

아이의 열경련으로 맨발로 뛰어 들어간 응급실에서의 그 겨울 -

여러 해를 거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나를 조금 더 성숙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한 해의 일들은 온 계절에 조금씩 얼룩져있다.

미치도록 지우고 싶지만 지독하게 지워지지 않는

검은 흙탕물 내지는 맵디매운 김치찌개 얼룩처럼 말이다.


깊은 향기도, 좋은 기억도, 강렬히 움직인 것도

그 어느 것도 아닌데

상처하나로 이렇게 온계절을 몸서리치게 아팠을까.


봄에는 벚꽃의 색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여름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더위도 내 불구덩이 마음보다는 덜 쓰라렸다.

가을에는 온 낙엽들이 나를 때리며 혹은 두드리며 정신 차리라 하고

지금 겨울은, 미지의 불안이 바깥추위보다 나를 더 떨게 한다.


온 계절을 지나며 흘린 올해의 눈물로 얼룩들이 조금은 옅어졌기를

내일 그리고 내년 앞으로의 일상들로

얼룩들이 흐려져서 기억조차 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당신과 나에게 펼쳐질 미래들은

그저 하루하루 일상이 평범하고 따스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 한 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에게

올 한 해도 포기하지 않고 삶과 마주하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20250117_143116.jpg 내년에는 온전하게 매 순간을 느끼고 즐기기를 희망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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