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조용히 인정하다.
하늘과 땅이 구분조차 어려운 짙은 밤
조용히 올라선 택시 뒷좌석에서
어느 때 보다 안락함을 느낀다.
아이는 내 옆에서 쌔근쌔근 잠들고
기사님은 아이를 의식한 듯 더 고요히 운전하고
차 안에는 밖의 시끄러운 소리를 모두 튕겨낸 조용한 내비게이션 안내소리만 들린다.
가장 짙은 어둠 속에서
바깥의 화려함과 번잡함은 모두 음소거가 된다.
한강의 반짝거림도 빌딩의 날카로운 하늘 끝도
어둠 속에서 모두 무(無)가 된다.
세상의 모든 힘을 조용히 반사하며
유유히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택시 뒷좌석.
그곳에서, 이상하리만치 안락함을 느낀다.
나의 그 어두움 안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의연하게 목적지로 향하는 기사님을 찾을 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진소리 모두 퉁겨내고 안락하게 걸어 나갈 수 있을까.
온 힘을 뻰채 뒷좌석에서 어딘가로 나를 데려다주길 바라는 상상이 현실이 될 수는 없을까.
그 생각도 잠시,
타인과 나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진 내 어두움을 망각하고, 또 다른 타인에게 의자 하려는 어리석음.
그 어두움에서 스스로의 의지 없이, 내 몸 하나 뉘어 타인이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주길 바라는 나약함.
어두움 속에서 안락함도 어리석음도 나약함도 좌절도 모두 인정하며-
조용히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