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년 반.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자꾸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죽음을 아주 두려워하는 몸이 돼버렸다.
결혼 전에 나는 죽는 게 별로 무섭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생을 마감할 생각은 물론 없었지만, 휴가지로 떠나는 비행기에 앉아 '혹시 불의의 사고로 지금 당장 죽게 되더라도 괜찮아. 지금까지 실컷 잘 살았으니까' 하고 생각했다. 철 없고 이기적이었다. 나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고른 내 가족이 생기니까 달라졌다. 삶이 아깝다. 더 오래 같이 잘 살아야겠다. '나 죽으면 이 사람은 어떡해' '이 사람 없이 나는 어떡해' 하면서 걱정만 늘어난다. 영양제를 나눠 먹고 건강검진을 채근하고 운동을 등록한다. 나는 이런 뻔한 어른은 안 될 줄 알았는데.
일기에 남편 얘기를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한다. 강박적으로. 내 일상의 너무 많은 행복을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나를 거둬 먹이고 나를 일으켜 세웠던 시간들을 까맣게 잊을까봐. 그러나 어딘가에는 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를 만나고 나서 나는 죽는 게 너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