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이득을 얻는 전쟁수혜자들-군수산업체
앞선 글에선 전쟁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편견이 왜 틀렸고, 잘못된 접근인지 이야기했습니다. 모두들 평화를 외치고 심지어 서로 전쟁하는 집단들조차도 평화를 외치는데 전쟁은 왜 일어날까요?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들이 뒤섞여 전쟁이 발생합니다. 종교 갈등이나 이념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되기도 하고,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나 계급 갈등에서 전쟁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자원이나 영토 같은 물질적인 이해관계가 전쟁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자연재해나 우발적인 사건이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죠. 때로는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쟁을 일으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쟁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규명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저는 이번 글에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볼까 합니다.
누가 전쟁을 원하는가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거나 전쟁에 대해 침묵하면서 실제로는 전쟁을 원하고, 때로는 기획하거나 부추기는 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전쟁을 원하고, 부추기고, 기획하는 이유는 바로 전쟁이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평화활동가들은 전쟁에서 이익을 얻고, 때로는 이익을 얻기 위해 전쟁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부추기는 자들을 일컬어 전쟁수혜자 Warfrofiteer라고 부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나쁜 짓을 하지만 않는다면, 누군가를(특히 가난한 사람이나 약한 계층을) 등 처먹지만 않는다면 돈 버는 일을 누가 뭐라고 비난하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돈을 버는 나쁜 짓이 많죠. 더 큰돈을 벌기 위해 특별히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나 회사도 있습니다. 사람 죽이는 것 말고는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고철덩어리를 만들어 비싸게 파는 군수산업체가 대표적이죠.
메렉스가 판매한 무기를 사들인 이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 사고 차량을 판매한 자동차 영업사원이 짊어져야 할 정도만 책임이 있을 뿐이다
이 말은 독일계 무기중개상인 메르틴스가 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교통수단인 자동차과 목적이 그 자체로 사람 죽이는 거인 무기를 동일하게 놓고 비교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메르틴스는 나치 제3제국의 전쟁 영웅 출신인데 악명 높은 전쟁범죄자들과 사업을 벌인 사람입니다.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등이 고객이었고, 미국이나 (통일 전) 서독도 메르틴스의 고객이었죠. 한마디로 돈만 되면 타노스한테도 인피니티 스톤 팔아먹고 어벤져스한테는 인피니티 건틀렛 팔아먹을 놈입니다. 메르틴스만 이런 게 아닙니다.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바버라 소령』에 나오는 무기상 앤드루 언더샤프트는 "인간성이나 정치적 신념 따위와는 상관없이, 가격을 제대로 쳐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무기를 대주라"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언더샤프트는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실제 모델이 있습니다. 바질 자하로프라는 무기거래상이죠.
무기거래상들도 문제지만 사실 전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모으는 곳은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산업체들입니다. 저는 주식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하나도 아는 것이 없는데요, 주식을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는 것만 압니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게 뭘 의미하는지 정도만 알 뿐이고 평소에 주식 관련 기사도 찾아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미국의 군수산업체 주식이 2018년 4월 27일을 전후해서 폭락했다는 기사였습니다. 2018년 4월 27일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날입니다. 우리에겐 도보다리 회담으로 기억되는 날이죠.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군수산업체들의 주식에 악영향을 끼쳤던 것입니다.
록히드마틴뿐만 아니라 미국의 군산복합체들의 주식이 일제히 하락했고(레이시온 3.9% 하락, 노스 롭 그루먼 3.4% 하락, 제너럴 다이내믹스 3.8% 하락) 5대 군수산업체의 주가 하락으로 100억 달러 이상의 시가 총액이 날아갔다고 합니다. 당장의 손실도 손실이지만, 냉전시기부터 안정적으로 이어온 제법 큰 시장인 한반도를 잃을까 봐 노심초사했을 거 같네요.
반면 록히드마틴이 기록한 최대 매출은 2017년 510억 달러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커서 감이 안 옵니다. 2017년 애플의 매출액이 2150억 달러이고, 삼성전자의 매출액이 1740억 달러입니다. 애플과 삼성에 비교하면 적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이 어떤 회사들입니까. 전 세계인들이 하나씩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시장의 가장 큰손인데다가 스마트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에어팟, 맥북, 아이패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제품들까지 다 합친 매출입니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제품을 다 없애버린다고 상상해보세요.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핸드폰이 사라지고 어떤 사람들 집에서는 컴퓨터,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도 없어지겠죠. 반면 록히드마틴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일상생활에서 접할 일이 없고 사라진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을 무기를 파는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애플에 견줄 수 있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록히드마틴의 기록적인 매출액은 F-35 전투기 판매와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 관련 매출이 늘어난 덕입니다. 미사일과 사격통제 부문의 판매가 2016년 대비 9% 증가했다고 합니다. 2017년은 연초부터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자기 책상 위에 더 큰 핵단추(핵미사일 발사 버튼)를 갖고 있다고 자랑질하던 해입니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록히드마틴은 최고 매출액을 갱신했습니다. 아니, 그런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였기 때문에 매출이 크게 늘었던 것이죠. 반면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시기에는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평화 시기에는 돈을 많이 못 벌고 전쟁 나면 돈 많이 버는 건 무기 만드는 회사라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죠. 물론 이 자연스러움 마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목숨 값으로 돈을 버니까요. 근데 문제는 심지어 자연스럽지 않은 일도 한다는 것입니다. 여느 회사들이 매출이 늘지 않을 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처럼 무기회사도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엇이든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에는 '전쟁을 반기는 것'을 넘어서서 '전쟁을 원하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도 포함됩니다.
군수산업체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안타깝게도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무기 구입은 국가 안보상 기밀이라는 명목으로 민주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빙산의 일각이 방산 비리 형태로 드러날 뿐이죠.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율곡비리 사업부터, 최근 와일드캣 헬기 수입을 둘러싼 논란까지 군수산업과 방산비리는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입니다. 블랙마켓에서 오가는 비정상적인 거래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간의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뇌물과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전체 규모는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 조 로버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 무역 거래에서 일어나는 부패 사건의 40%는 무기 거래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무기 거래의 추악한 시장을 고발한 다큐 <Shadow World>의 원작자이자 국제 부패 감시 단체인 '코럽션 워치 Corruption Watch' 활동가인 앤드류 파인스타인은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무기거래와 방산비리는 한 몸') 무기 거래 산업에 이토록 많은 비리와 부패가 일어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죽음의 거래에는 왜 그리도 많은 비리가 발생하는 것일까?
그 첫째 이유는 방위산업이 국가방위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현실, 또 방산업체의 고위층이 정부 관료 및 정치인과 극도로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방산업체, 정부, 의회, 군, 정보기관, 심지어 외교부까지 연결된 회전문 인사가 그 배경이다.
둘째로는 무기 거래가 극도로 전문적인 영역에 속해서 구매 품목과 구매처를 정하는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 때문이다.
셋째로는 수천만 달러, 또는 수조 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 매해 10여 건에 불과해서다. 이는 뇌물을 줄 사람은 적고 액수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째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모든 일이 국가안보라는 명목으로 비밀의 장막 아래 이뤄져 이런 뻔뻔한 범죄 행각을 감추기 쉽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의 수반이 이 검은 거래의 영업사원으로 나서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뒤 첫 순방지는 사우디아라비아였습니다. 뭐 다른 중요한 일도 많았겠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사우디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1100억 달러(약 123조 350억 원) 규모의 미국 무기를 구매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 규모는 오바마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들인 미국 무기 구매액을 넘는 수치라고 합니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 레이시온 같은 업체로서는 트럼프가 영업왕인 거죠. 트럼프처럼 직접 영업만 뛰는 게 아닙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총리 시절 영국 군수산업체인 BAE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고위층 인사에게 60억 파운드 가량의 뇌물을 준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러니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가안보를 핑계 삼아 법망도 피해 가면서, 대통령을 영업사원 삼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제조업 회사들 만큼이나 돈도 많이 벌어들이는데, 군수산업체들이 기세 등등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우리는 군수산업체들이 전쟁수혜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쟁을 반기며 때로는 돈벌이를 위해서 전쟁을 기획하거나, 군사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을요. 정치인들이 군인들에 비해 전면에 잘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전쟁의 중요한 당사자라는 사실을요.
일단은 군수산업체와 같은 전쟁수혜자들이 어떻게 전쟁으로 돈벌이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수산업에 대해 알려주는 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전쟁을 팝니다
켄 실버스타인 지음, 정인환 옮김
이후 출판사
전쟁 대행 주식회사
피터 W. 싱어 지음, 유강은 옮김
지식의 풍경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
자크 파월 지음, 박영록 옮김
오월의봄
섀도우 월드
앤드류 파인스타인 지음
2020년 오월의봄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