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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사랑 Feb 09. 2020

스웨덴 Lyan 62 기숙사

스웨덴 안의 작은 나의 공간, 기숙사 방에서의 추억

스웨덴 아침을 울리는 '보글보글' 주전자 끓는 소리


 ‘보글보글’

 약간의 추위가 있는 스웨덴 교환학생 방에서 ‘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하는 물 소리는 아침을 깨우는 소리 였다. 일어나자마자 방안의 온기를 느끼기 위해 휴대용 주전자에 물을 데웠다. 조용한 스웨덴 기숙사 코리도어에 아침을 밝혀주는 소리기도 했다. 따뜻한 꿀물 한 잔이면 온기를 느끼는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방에서도 가장 좋았던 좋았던 장소와 시간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가에 있는 물 주전자에서 끓는 물을 받아 창밖을 보며 커피 한 잔을 한 시간이 좋았다.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면 날씨, 그날의 온도가 느껴져서 8월말에는 스웨덴의 푸르름을 보고, 겨울에는 하얀 눈으로 소복히 쌓인 조용한 북유럽 정취를 즐겼다. 스웨덴 아침을 울리는 '보글보글' 소리는 마음의 평온의 소리였다. '보글보글' 자신의 울림을 다하여 하루를 시작하는 응원을 주는 소리였다.

스웨덴 기숙사 방의 창가 모습


 스웨덴 기숙사에서 있었던 창가는 매일을 시작하는 자리이자 마음이 평온해지는 자리였다. 직사각형이 아니라 옆면이 세모 모양이었던 점도 특이했다. 한국에서는 정사각형, 직사각형의 창문 모양이었는데 스웨덴 기숙사 내 방의 창문은 세모였다. 창가에는 심심하지 않도록 꽃을 두었는데 북유럽의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꽃은 커피 한잔을 포기하면 둘 수 있는 가격이었다. 토요일 오후쯤에 도심으로 가서 꽃 시장에서 판매하는 카랑코에 하나를 화분를 가지고 왔을 때는 내 방의 친구를 데리고 온 기분이었다.  카랑코에를 두고, 아침의 햇살을 쬐며 눈을 감고 커피 한 잔을 하는 여유를 즐겼다. 여름에는 초록색 잔디밭, 겨울이 되자 흰 눈이 가득한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직접 기른 카랑코에
스웨덴 기숙사 방에서 본 겨울 풍경

 스웨덴 기숙사 안의 내 공간


 6개월이라는 짧은 교환학생 이었지만 방에 애착이 있는 이유는 그만큼 그 공간에 쏟은 시간과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는 휑 하니 아무것도 없는 백색이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공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커텐도 실키한 선홍색으로 골랐다. 나중에는 거금을 들여 꼭 필요도 없는 분홍색 러그도 구입했다.벽면에 세계지도와 함께 방에 놀러온 친구들이 방명록 처럼 세계지도에 이름을 적어주었다. 하나 하나 정성이 모여서 다채로운 색이 있는 방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으로 방을 채우는 과정은 큰 기쁨이었다.


스웨덴 기숙사 방 꾸민 모습

 

공간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짧은 기간이지만 애착을 가졌던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지속된다. 스웨덴 기숙사에서 함께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나눠먹는 시간 때문에 lyan62 corridor는 특별한 공간이다. 때로는 식탁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같은 공간인데도 다른 느낌을 주는 시도도 했다. 여러 친구들이 와서 식사를 했지만, 같은 복도와 주방, 거실을 공유하는 코리도어 메이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때는 타지에서 가족을 만난 푸근함을 느꼈다. 스웨덴 교환학생을 끝나고 다시 4년 후 쯤 방문 했을 때 당시의 엽서가 그대로 있어서 놀랐다.


스웨덴 코리도어 주방과 거실



스웨덴 기숙사 전경

‘보글보글’

  지금도 스웨덴 방과 복도를 생각하면 그립다. 낯선 타지에서 함께 청춘의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 모두가 그리워서 더욱 그립다.  '보글보글' 아침을 울리는 소리는 그리운 소리다. 스웨덴 기숙사 방의 적막을 깨우는 소리는 오늘도 우리 집 주전자는 아침에 소리를 낸다. 적막한 스웨덴 방에서 나던 소리와는 다르다. 물이 끓는 소리를 들으면 그 때의 정서가 떠오른다. 그리운 온도, 소리, 그리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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