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고양이가 집에 들어왔다.
1월 한파 때 길냥이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왔다.
현관 계단 밑 깜깜한 구석에서 덩치 큰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한밤에 고양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집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죽 급했으면 강아지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왔을까. 고양이가 겨울 동안 잠시 쉬어 가도록 그대로 두었다.
고양이는 추운 밤을 우리 집에서 보내고 낮에 사라졌다가 다시 밤에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매일 밤 찾아오길래 밥과 물도 놓아두었다. 불러도 대답은 없었지만 딱 1m 거리를 유지하고 멀리 도망도 안 갔다. 놓아둔 밥은 항상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밤에만 만날 수 있던 고양이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일주일쯤 지난 후였다.
고양이의 인상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뭔가가 이상하게 낯설었다. 나는 첫날 찍어 뒀던 사진을 꺼내서 찬찬히 살펴봤다. 이럴 수가! 나는 털색이 비슷한 고양이 두 마리에게 밥을 주고 있던 것이었다.
어쩐지 고양이가 먹는 양이 갑자기 늘어나서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사료만으로 부족해서 중고거래 마켓에서 고양이 간식을 구매했다. 판매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다.
길냥이 두 마리가 갑자기 동시에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바로 옆 동네가 재개발 구역이 지정되고 사람들이 모두 살던 곳을 떠났다. 동네 한 블록이 유령 동네였다.
그곳에서 만난 길냥이에게 가끔씩 간식을 주던 판매자가 어느 날부터인가 길냥이들이 모두 사라지고 만날 수가 없어서 먹던 간식을 중고마켓에 판매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옆 동네 구역에서 지내던 고양이들이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우리 동네까지 밀려들어온 것이었다.
갑자기 몇 년 전 쥐 떼들이 마당에 들이닥쳤던 일이 떠 올랐다. 그때도 근처 재개발로 인한 현상이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이유였다는 것을 알았다. 쥐에 이어서 고양이까지...
동물의 삶이 인간의 삶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