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집오리는 날지 못하는 걸까?
8월의 더운 여름날, 놀이공원의 넓은 잔디밭에서 얼핏 청둥오리처럼 보이는 오리들이 이리저리 거닐고 있다.
이 오리들은 어디선가 놀이공원으로 날아들어온 오리일까? 놀이공원에서 사육하고 있는 오리일까?
날지 않고 얌전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꽤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는 오리처럼 보였다. 날지 못하는 집오리 같았다.
그중 오리 한 마리가 내 곁으로 다가와 울타리 밖에서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동물원보다 넓은 잔디밭에서 사는 오리였지만 창살 안에서 살고 있는 오리도 바깥세상이 궁금했나 보다.
오리를 당장 나오게 해주고 싶었지만 허락 없이 꺼내 줄 수도 없었고, 이곳은 자연이 아닌 번화한 도시다.
오리가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없는 환경이었다.
오리는 쇠창살 아래의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고 친구들이 놀고 있는 울타리 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그리고 어느새 무리들 속에 섞여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이 녀석에게 울타리는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오리를 보면서 감상에 빠졌던 나는 멋쩍었다.
이 오리는 다른 오리에 비해 몸집이 작아서 창살 밑의 작은 공간을 통해 자유롭게 밖을 드나들고 있던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 오리'였다. 누가 감히 새머리라고 욕하는가! 이 작은 오리는 영리했다.
오리는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먹고 몸집이 더 크게 될 것이다. 그때는 친구 오리처럼 창살 앞에서 바깥세상을 보는 처지가 되겠지. ‘석호필 오리'가 더 이상 몸집을 키우지 않고 지금처럼 마음껏 자유를 누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석호필 오리'가 울타리를 넘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