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의 구토
아~악!
찢어질 듯한 여자들의 동시다발적인 비명에 깜짝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비둘기 한 마리가 바닥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 장면은 충격이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비둘기 옆에 7~8세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검도 자세와 같은 모습으로 막대기를 들고 바닥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비둘기의 머리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비둘기에게 두 번째 공격을 막 하려던 참이었다. 아이는 침착하게 비둘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놀라 소리치는 어른들은 허둥지둥했다.
날씨가 좋은 일요일 아침 오전, 공원에서 좋은 날씨와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유난히 많던 날이었다. 주변에 있던 어른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아이의 행동을 막았고, 비둘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사람들이 다친 비둘기에 모여 있는 사이, 아이는 잽싸게 막대기를 던져 버리고 뛰어 달아났다.
머리를 맞은 비둘기는 방향 감각을 잃었는지 한쪽으로만 뱅글뱅글 굴러다니고 있었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어서 아무도 비둘기가 다칠까 쉽게 만지지 못했다. 그때 어떤 할아버지가 퍼덕거리는 비둘기를 조심스럽게 잡아서 안았다.
할아버지는 비둘기 머리를 천천히 오래 쓰다듬었다.
죽은 걸까 싶었을 때 비둘기가 눈을 떴다. 눈을 제대로 뜨고 있지 못하고 껌뻑 껌뻑 감고 뜨길 반복했다. 그리고 입에서 뭔가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작은 씨앗, 곡식 같은 것들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음식에 소금을 칠 때의 장면과 비슷하게 보였다.
머리를 맞은 영향인지 사람처럼 먹은 걸 토하는 듯했다. 더러운 것을 보고 비둘기토 같다고 비유하는 것은 틀렸다는 걸 알았다. 비둘기의 토는 깨끗했다. 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처음 보는 조류의 구토 장면이 예상외로 귀여웠다. 어쨌든, 비둘기가 살아나서 다행이었다.
비둘기가 껌뻑거렸던 눈을 제대로 뜨고 할아버지의 보살핌을 계속 받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리를 맞은 비둘기가 피를 흘리지 않아서, 죽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했다.
도망간 아이의 뒷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당황은커녕 너무나 침착해 보였던 아이의 모습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때 그 아이를 쫓아가서 혼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부모님에게라도 이 사실을 알려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의 오지랖과 괜한 걱정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