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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진 Mar 20. 2021

육지에서 면접보러 왔습니다(2)

제주도에 취직하기



면접실 문을 열기 전, 숨을 고르면서 수년간의 교사생활과 사회생활 짬으로 형성된 내 잠재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첫 번째 문항에 답변하는 데 목소리가 떨리는 걸 나도 느낄 수 있었다.     


1. 제주도는 백 명의 생각을 존중하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하고 지도할 것입니까?     

“1번 질문에 답변하겠습니다.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이 모두 다릅니다.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하겠지만 방향성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MBTI나 애니어그램이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알아야 다른 사람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명의 면접관의 눈을 맞추며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면접실의 시계를 보니 고작 1분 정도밖에 지나기 않았다. 2,3번은 조금 길게 답변해야겠다고 생각하며 2번 질문에 답변을 시작했다.     


2.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학생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겠습니까?     


“2번 질문에 답변하겠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르기 위한 방법은 결국 지속적인 교육과 그것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뉴스와 인터넷, 심지어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 결과로 우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영국에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 중에 하나는 그들이 ‘Excuse me, sorry.’를 연발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는 호칭을 얻고 좋은 매너의 대표가 된 것의 이면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예의와 매너를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일관되고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 합니다.”     


3명의 면접관님들은 마치 각자의 역할이라도 정해져 있는 듯이 한 분은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봐주었고, 한 분은 서류만 뒤적거렸으며, 나머지 한 분은 나를 바라보는 것과 서류를 읽는 것을 번갈아 하셨다.      

제주시 교육청

3. 다음의 두 교사의 상황을 본인이라면 어떻게 극복할지 대답해보시오.

  -A교사: 원격수업자료 제작이 어렵다

  -B교사: 수업에 소극적이고, 교우관계를 어려워하는 아이의 학부모님과 상담을 했는데, 선생님이 색안경을 끼고 아이를 본다고 생각하며 언짢아합니다.  

    

“A교사의 상황에 먼저 답변을 하겠습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럽게 원격수업이 시작되긴 했지만 앞으로 이러한 일은 충분히 더 일어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원격수업이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수업 등은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교사는 계속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 하고, 요즘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혼자 하는 것이 버겁다면 동료 교사에게 도움을 청하여 함께 배우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B교사의 상황에 답변을 하겠습니다. 저는 결국에 모든 것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위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도 학부모님의 반응이 그렇다면 일단은 그 학부모님, 아이와도 교사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아마 그 학부모님은 이전에 학교라는 틀에서 아이가 이해받지 못한 경험이 있기에 조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학부모님에게 먼저 교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 가능성을 제시할 때 아이의 어려움도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시간은 50초 정도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기에 “이상입니다.”라고 답변을 마쳤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면접실을 나와 바로 소지품을 챙겨 교육청을 나왔다. 후련함이 밀려왔다. 육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1시간 40분의 멍 때림 시간을 지나 무사히 면접을 마쳤다는 시원함에 너무 신이 났다. 그 신남을 주체할 수 없어서 눈에 보이는 코인 노래방에 들어갔다. 트로트와 최신 아이돌 노래까지 오가며 부르고 싶은 대로 불렀다. 현금이 더 있었다면 한 시간 넘게 노래를 불렀겠지만 수중에 사천 원 밖에 없었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공항을 향해 떠났다.     

가사가 그럴 뿐, 우울하진 않았고 신이 났다.


이제 모든 것은 내 손을 떠났고 일요일 3시에 결과 발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과연 1년간의 제주살이가 진짜로 시작될 것인가?’ 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그렇게 설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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