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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진 Oct 07. 2021

누군가는 나의 제주살이를 부러워한다


제주로 온 지 세 달 째 어느 날.


워낙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을 잘 못하는 나는 제주에서 만큼은 인스타에 사진이라도 올려서 기록하고자 했다.

누구나 그럴 테지만 인스타는 즐거운 것들만 올리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그랬다. 

별일이 있는 날, 즐겁게 놀았던 날 피드를 올리게 된다. 그런 나를 보고 주변 친구 및 지인들은 말한다.


'정말 너무 부럽다.'

'멋져! 나도 제주 가고 싶다.'

'내 주변에서 네가 제일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

'대리 만족하게 사진 많이 올려줘!'


정말 그런가?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교사를 때려치우고, 해외생활을 하고 지금은 제주살이를 하는 내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만 하는 일들을 실행하는 행동력이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고 일상이 매일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건 어디 사는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인스타에는 행복한 것들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 연고도, 친구도 없는 제주로 혼자 내려와 독립생활을 시작하고 우중충한 3월의 날씨를 견디며 혼술의 달인이 된 나의 모습은 당연히 인스타 피드에 등장하지 않는다. 

진정한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퇴근 후 오랜만에 집 근처 제주 해안도로를 산책하며, 마음 내키면 뛰기도 하면서 바닷가를 바라보는 내 모습을 돌이켜 보니 그들의 말이 맞다.

난 이 순간 행복하다. 즐겁다. 

옆에는 바다, 앞에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곧 노을이 지려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매일이 즐겁지는 않더라도 자연이 주는 온전한 행복감과 가슴 벅찬 경이로움을 가까이서 누리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내 모습을 누군가는 정말 부러워할 수 있겠다.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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