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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호불호 없이 볼 수 있는 초능력자 이야기

2025_25. 영화 <하이파이브>

by 주유소가맥

1.

강형철 감독을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감독 특유의 레트로한 감성과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소 유치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장점들을 가려버리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첫 흥행 실패작이었던 영화 <스윙키즈>도 영화 자체의 만듦새는 나쁘지 않았고, 다른 연출작에 비하여 비교적 혹평받았던 영화 <타짜: 신의 손> 또한 그렇게까지 나쁘게 보지 않았다. 코미디 장르를 메인으로 다루기 때문일까, 평단에서 많이 언급되는 감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본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준수한 완성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은 이름깨나 날리는 웬만한 감독들도 어려운 일이다.


2.

하이파이브 포토 (3).jpeg 영화 <하이파이브>

영화 <하이파이브>는 누군가에게 장기 기증을 받은 여섯 명의 사람들이 초등력을 얻게 되고, 이 초능력을 독차지하려는 서영춘과 맞서 싸우는 다섯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초능력들을 기발하게 이용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지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다. 가장 눈에 띄는 능력은 완서의 괴력인데, 상당히 속도감 있는 액션 연출이 보는 맛을 살려준다. 다만 컴퓨터 그래픽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쉬운 CG가 잘 짜놓은 액션 구성의 발목을 잡는 느낌. 영화 곳곳 각자 가진 초능력들을 부각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차량 추격 장면, 공사장 구출 장면 등) 적재적소에 활용한다. 다만, 선녀의 초능력(다른 사람의 초능력을 흡수하고 전달하는 능력)에 대한 언급이나 묘사가 다소 부족하다. 물론 영화를 쭉 따라간다면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설명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 이해를 돕기 위한 언급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3.

하이파이브 포토 (1).jpeg 영화 <하이파이브>

기본적으로 캐릭터 코미디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크다. 여기서 배우들은 각자 역할을 충분히 잘해준다. 김희원 배우, 유아인 배우, 오정세 배우, 안재홍 배우의 연기야 두말할 것 없다. 이재인 배우는 어린 나이에 촬영에 임했음에도 당차고 활발한 완서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해 내 보는 관객들에게도 에너지를 전달한다. 청년 영춘을 분한 진영 배우 또한 눈에 띈다. 신구 배우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두 배우가 같은 사람이라고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다. 이를 위하여 최대한 그 특성과 말투 같은 디테일을 신경 써 유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예상외의 발견이다. 다만 라미란 배우의 연기는 극 중 유난히 튀는 편이다. 물론 코미디인 이상 어느 정도 오버스러운 연기가 필요한 부분들도 있지만, 선녀 캐릭터 설정 자체가 그런 것인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유난히 인위적이고 격양된 어투를 사용하는데, 사람에 따라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승부>에서도 그렇고 배우 문제가 영화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그로 인하여 영화를 봤을 때 유아인 배우의 분량을 따로 덜어냈다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극 중 기동의 과거를 짧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는데, 기동이 과거에 어떤 사건을 겪어 시력을 잃었었는지 이해야 할 수 있지만 설명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시간을 할애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배우 문제로 분량을 따로 덜어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애초에 과거 회상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그냥 설명 방식의 문제로 보인다.


4.

하이파이브 포토 (4).jpeg 영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에 초능력 소재의 영화로서 새로운 지점, 신선한 부분이 있느냐, 물어본다면 사실 그건 아니다. 가장 결이 비슷한 영화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염력>지 않을까 싶다. 물론 몇몇 공통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감독의 다른 영화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하지만, <하이파이브> 쪽이 가지고 있는 소재와 구조를 조금 더 유려하게 조합해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중 가장 호불호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지 않을까, 생각한다. 호불호가 없다는 것은 상업영화에 있어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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