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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Jun 30. 2023

휘황찬란 스파이더맨, 희생할 것인가, 성장할 것인가

2023_31.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1.

 우후죽순 늘어나는 슈퍼 히어로 영화의 등장으로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 번씩 새로운 스타일과 기존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신선함을 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그 대표적인 예다.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이미 5년 전 영화기 때문에 '최근'이라는 말을 붙이기 조금 민망한 감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이후로 이 정도 신선함을 준 히어로 영화를 찾기 힘들었으니, 어쨌든 가장 '최근' 사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속편은 전 편의 부담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또한 커진 기대만큼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현명하게 잘 풀어나간 것으로 보인다.


2.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마일즈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정체성은 카툰 렌더링을 위시한 코믹스 스타일을 차용한 연출일 것이다. 이번 편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를 이어 나가는데, 심지어 더 극대화했다. 색감, 톤, 스타일, 코믹스에서 따온 다양한 효과 등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우리 이런 것까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어요'라고 뽐내듯 한 컷도 쉬지 않고 눈을 가득 채운다. 본인들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를 밀어붙인 것처럼 보인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그웬-벌쳐 전투는 이번 영화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선언이다. 그 둘이 전투를 벌이는 장소는 미술관이며, 그곳 시민은 무너진 조형물을 보며 뱅크시 작품 같다며 농담을 던지고 곧이어 이번 갈등의 중심이 될 '멀티버스'와 '스파이더 소사이어티' 존재, 극을 이끌어갈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전편에서 열어놓은 멀티버스를 스파이더 소사이어티를 통해 체계적으로 확장시키고, 이를 극으로 이끌어올 미겔 오하라라는 캐릭터를 끼워놓는다. 이 모든 것은 다빈치 시대부터 뱅크시 스타일 현대 팝아트까지 다양하게 넘나드는 비주얼 스타일 위에서 벌어진다. 


 즉, 한 번의 전투를 통해 이번 편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설정, 다양한 액션 스타일, 새로운 캐릭터, 그리고 미술까지 압축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시퀀스는 앞으로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일즈와 그웬이 겪을 모험에 대한 일종의 예고와 같다.


3.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특히 스파이더맨들이 건너온 멀티버스 특색을 살려 각각 다른 화풍을 넣은 것이 인상적이다. 그웬이 살던 우주는 붓 터치가 느껴지는 여러 화풍을 섞어 놓은 캔버스와 같이 구현했다. 게다가 이를 아버지와의 갈등, 그 사이에서 느끼는 부녀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스파이더 펑크의 경우 이곳저곳 잘라 붙인 듯한 몸과 시시각각 바뀌는 톡톡 튀는 컬러감으로 펑크 록에 심취해 있다는 설정을 잘 살려냈다. 비중이 많진 않지만 스칼렛 스파이더는 아예 8-90년대 코믹스 질감을 그대로 가져왔다. 상당수 스파이더맨은 캐릭터 디자인이나 컬러링을 통해 어떤 멀티버스에서 왔을지 유추가 가능할 정도다.


 여러 말풍선이나 화면 분할, 그리고 컷 변환 등에 코믹스 연출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거의 모든 씬에 만화 말풍선과 지면 만화에서 볼 법한 컷 분할이 등장하며, 이를 통해 주의를 환기한다. 마치 미국 만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이 모든 효과들은 말 그대로 휘황찬란하다.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 한 가지 고른다면 '휘황찬란'일 것이다. '오색찬란' 내지는 '오색영롱' 따위의 말과 바꿔 써도 아마 비슷하게 통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시각효과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다만, 다소 정신없다거나 과하게 느낄 관객도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음악 또한 상당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이 모든 음악들이 영화 속 비주얼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제대로 서포트한다. 다양한 우주, 다양한 문화권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만큼 사용하는 음악 범주 또한 넓다. 더불어 스파이더맨 특유의 탄력 있는 액션에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의 리듬감은 단순히 보는 액션을 넘어 귀로 듣는 액션의 즐거움까지 더해준다.


5.

 멀티버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익숙함(혹은 진부함)을 느끼고 있는 소재다. 바로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플래시>도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지 않은가.(물론 지금처럼 많은 영화에서 사용되기 전, 이미 1편이 제작되었기에 다소 억울함을 느낄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들처럼 피곤함을 느끼지 않게끔 극을 이끌어나간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이 영화의 멀티버스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20여 년 전 영화를 찾아볼 필요도 없고, 다른 시리즈를 챙겨볼 필요도 없다. 1편에서 보여준 마일즈 스파이더맨 하나만으로 멀티버스 내 모든 캐릭터가 설명된다. 어차피 설정만 약간 비틀어진 스파이더맨이니. 또, 캐릭터 설명을 '내 소개를 하지'라며 아예 해당 캐릭터가 직접 자신을 설명하도록 하는데, 이를 맺고 끊는 과정을 아예 극 중 유머 코드로 사용해 버린다. 전편도 그렇고 이번편도 그렇고 꽤나 현명한 연출이라고 본다.


6.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그웬 캐릭터 비중을 눈에 띄게 높여 사실상 마일스와 함께 투톱으로 진행한다. 그럼에도 두 캐릭터 사이 밸런스를 크게 해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잘 이끌어 나간다. 특히 그웬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은 꽤나 섬세하게 묘사하는데, 가족에게 정체를 밝히지 못하고 고민하는 마일즈와 가족에게 정체를 밝히고 갈등하는 그웬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디졸브 되게끔 배치한 것 또한 눈여겨 볼만한 요소다.


7.

 다만 아쉬운 점을 굳이 얘기하자면 이야기를 파트 1, 2로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사전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아 이번 이야기가 2부로 나뉜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관람했기 때문에 '시간 안에 마무리 짓기는 무리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끝없이 하면서 봤고, 끝나고 나서도 다소 김 빠진다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정보력과 개인 호불호의 영역이라 강력하게 단점이라 이야기할 수는 없다.


8.

 영화 팬들에게 '2018년 개봉한 히어로 영화 중 최고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대다수가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라 답할 것이다. 맞다, 나 또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2018년 최고의 히어로 영화였다 생각한다. 물론 영화 평가라는 게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지만 아마 많은 지표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향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영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들고 나온다면? 쉽게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자웅을 겨룰 정도로 잘 만든 히어로 영화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통해 어쩌면 히어로 영화 최고의 3부작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다음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까지, 최고의 3부작을 만날 수 있기를 정말 애타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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