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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소가맥 Dec 30. 2023

2023 나름대로 시상식

2023_57



후보 기준

장편: 한국 기준 2022년 12월 15일~2023년 12월 14일 개봉작

단편: 2023년 국내 영화제 상영작


올 해의 영화 (장편, 국내): 너와 나


후보

거미집

괴인

다음 소희

서울의 봄


 두 10대 소녀를 내세워 삶과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 영화가 특정 사건에 대하여 애도하는 방식은 곧 이 영화의 구조가 된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에두르고 은유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같은 소재의 타 영화를 살펴봤을 때, 이는 분명 이 영화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 두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실제와 허구를 교차하는 부분 또한 자연스럽다. 영화 내내 변함없는 다소 과한 색보정은 눈이 시릴 정도지만 영화의 결말에 다다랐을 때, 어쩌면 그 끝에 상실을 맞게 될 모든 이들을 포근히 감쌀 수 있는 색감을 의도한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몇몇 단점들도 어쩌면 다른 장점들 사이에 비집어 넣어 볼 수 있을 영화라는 의미다. 



올 해의 영화 (장편, 국외): 바빌론


후보

애프터 썬

괴물

플라워 킬링 문

파벨만스


  데미언 셔젤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는 그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고, 이를 작품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이라는 것이다. 영화 <바빌론>은 그 사랑의 결실이다. 다소 긴 러닝타임동안 할리우드 역사를 빠르게 훑으며 그 속에 명과 암을 명확하게 묘사한다. 감독의 전작 <라라랜드>가 영화의 낭만을 이야기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바빌론>과 <라라랜드>는 영화라는 소재로 양 극단을 묘사한 영화들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영화 내내 읊었던 영화에 대한 연서의 집약본이다. 이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올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올해의 영화 (단편, 국내외): 보관공탁


후보

마이크로웨이브 러브

이씨 가문의 형제들

빽도

50cm


 두 주인공은 귀를 잘라 사랑을 증명하고, 귀를 보관할 보관소를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로테스크한 행위를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분명하고 단호한 사랑 영화다. 서로 느낀 감정의 증명과 앞으로 느낄 감정의 변화, 봉합될 순 있어도 복원될 수는 없는 관계의 균열을 신체 훼손을 통해 은유한다. 다소 직관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자극적인 행위에 영화의 메시지가 매몰되지 않도록 적정한 선을 찾아 우회하고, 이와 동시에 장르적인 재미 또한 놓치지 않고 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징그러우면서도 사랑이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구축하는데, 이런 밸런스를 조절하는 솜씨가 꽤나 인상 깊다.



올해의 신인감독: 조현철 감독 (너와 나)


후보

이정홍 감독 (괴인)

김창훈 감독 (화란)

유재선 감독 (잠)

임오정 감독 (지옥만세)


 조현철 감독의 연출에 관해서는 풍문으로 많이 듣긴 했지만, 그가 연출한 단편 영화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궁금증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과장된 화면 질감과 다소 정적인 카메라 등 아쉬운 요소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떠나는 이와 남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섬세한 손길과 치유되지 않은 사회의 상흔을 은유적으로 위로하는 방식은 올해 개봉한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인상 깊다.



올 해의 배우 (남, 국내): 이병헌 (콘크리트 유토피아)

후보

황정민 (서울의 봄)

송강호 (거미집)

이선균 (잠)

송중기 (화란)


 어깨 축 쳐진 소시민에서 권력에 취한 괴물까지, 이병헌 배우는 지진으로 모든 것이 리셋된 세상에 한 사람이 적응하고 변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연민의 대상과 광기의 권력 사이를 오가며 영탁이라는 인물을 어떻게든 설득해 낸다. 이병헌 배우의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이전과 또 다른 새로운 지점이다. 



올 해의 배우 (여, 국내): 김서형 (비닐하우스)


후보

김선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배두나 (다음 소희)

정유미 (잠)

이윤지 (드림팰리스)


 결국 배우가 하는 일은 연기를 통해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다. 문정이라는 인물은 꽤나 복잡하다. 스스로는 버겁지만 남에게는 웃음 짓고 남을 돕지만 나는 해친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들도 무겁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선과 내용들을 이해시키고 문정을 동정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김서형 배우의 연기다. 영화 <비닐하우스>는 스릴러 영화에 가깝지만, 그녀의 연기는 현실적이다. 



올 해의 배우 (남, 국외): 브랜든 프레이저 (더 웨일)


후보

킬리언 머피 (오펜하이머)

호아킨 피닉스 (보 이즈 어프레이드)

마츠자카 토리 (유랑의 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플라워 킬링 문)


 브랜든 프레이저라는 배우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왕년의 액션영화 주인공 정도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더 웨일>에서 본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훨씬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본인의 인생을 영화로 끌어오고,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을 보면 구원받은 인물이 영화 속 찰리뿐만이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올 해의 배우 (여, 국외): 케이트 블란쳇 (TAR 타르)


후보

키시이 유키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마고 로비 (바빌론)

미셸 윌리엄스 (파벨만스)

릴리 글래드스턴 (플라워 킬링 문)


 단언컨대 영화 <TAR 타르>는 케이트 블란쳇 배우를 위한 영화다. 건조할 정도로 절제된 영화 초반의 타르와 추악하게 몰락한 영화 후반의 타르를 표현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가히 광기에 가깝다.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부패한 권력이 뿜어내는 악취가 스크린 너머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온몸을 휘두르는 지휘 장면은 결국 이 영화의 화룡점정이 케이트 블란쳇 배우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장면이지 않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 영화들을 선정하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관성에 체계가 생기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올해도 역시 놓친 영화들이 못내 아쉽다. 올해 선정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올해의 신인감독' 부분이다.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말은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감독들은 꾸준히 나온다. 더 많은 감독들을 넣고 싶었으나, 5명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2024년에도 더 많은 감독들이 나를 즐겁게 해 주기를, 한국영화를 즐겁게 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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