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유소가맥 Dec 30. 2022

2022 나름대로 시상식

2022_03


후보 기준

장편: 한국 기준 2021년 12월 15일~2022년 12월 14일 개봉작

단편: 2022년 국내 영화제 상영작


올 해의 영화 (장편, 국내): 헤어질 결심


후보

오마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브로커

성적표의 김민영


 많은 사람들이 <헤어질 결심>을 올 해의 영화로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긴장감 없는 결과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영화를 놔두고 구태여 다른 영화를 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소품을 이용한 상징과 은유, 색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세트와 장면 구성, 장소와 구도를 통한 화면 연출 등 모든 부분에서 (적어도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완벽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이미지를 활용한 디졸브 편집과 현실과 상상을 혼재해놓는 표현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영화에서 또한 감탄을 금치 못하는 장면들이 만족스럽게 들어가 있다.



올 해의 영화 (장편, 국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보

탑건: 매버릭

우연과 상상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모든 부분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최대치를 구현한 영화다.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맥시멀리스트의 영화를 보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과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과하게 질러놓은 것을 질리지 않게 끝까지 끌고 가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 멀티버스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전통적인 주제인 가족주의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성룡식 액션과 왕가위의 멜로도 끼워 넣는데 심지어 PC 하기까지 하다!



올해의 영화 (단편, 국내외): 영화전대 춘화레인저


후보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

장차장

빨간마스크 KF94

찬란한 응징


 <영화전대 춘화레인저>는 소위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영화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지 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추억을 간지럽히는 전대물 특유의 엔딩 시퀀스라든가, B캠을 돌리러 간다며 뛰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



올해의 신인감독: 김세인 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후보

이정재 감독 (헌트)

안태진 감독 (올빼미)

이재은 감독, 임지선 감독 (성적표의 김민영)

오성호 감독 (그 겨울, 나는)


 후보로 생각했던 모든 작품들이 꽤나 인상 깊고 좋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올 해의 신인 감독을 뽑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본인이 선택한 주제를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부분에선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가 단연 으뜸이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 때문에 연출하는 본인도 부담스러웠겠지만 이를 피하지 않고 대담하게 정면돌파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녀관계에서 어머니와 딸을 타 영화들과 다른 관점으로 표현한 점이 신선했다. 김세인 감독이 인터뷰에서 ‘모성 신화를 깨부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의도한 바를 충분히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올 해의 배우 (남, 국내): 박해일 (헤어질 결심)

후보

유해진 (올빼미)

송강호 (브로커)

이선균 (킹 메이커)

권다함 (그 겨울, 나는)


 박해일 배우는 시나리오에 없는 디테일까지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비교적 많은 수사가 붙지 않은 대사를 읊고 크지 않은 행동을 보일 때에도 왠지 모르게 억울한 호흡, 은은하게 광기가 서려있는 눈빛이 인상 깊다. 박해일 배우가 분한 해준은 차분한 성격이기 때문에 타 영화보다 내면을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장면은 많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일렁임이 크게 느껴지는 표현에서 그 대단함을 느낀다.



올 해의 배우 (여, 국내): 이혜영 (앵커)


후보

이정은 (오마주)

이지은 (브로커)

탕웨이 (헤어질 결심)

양말복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언제나 그랬듯 이혜영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는 대단하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탐하고, 원망하고, 무너지고, 좌절하는 그 다이내믹한 변화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관객을 설득해 낸다. 이 목록에는 <앵커>를 올렸지만 <소설가의 영화>와 <탑>을 통해 올 한 해 보여준 또 다른 연기도 꼭 찾아봐야 할 부분이다.



올 해의 배우 (남, 국외): 키 호이 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보

톰 크루즈 (탑건: 매버릭)

매즈 미켈슨 (어나더 라운드)

사토 지로 (실종)

콜린 파렐 (애프터 양)


 연기 활동과 떨어져 있었던 오랜 시간을 생각해 보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보여준 키 호이 콴 배우의 호연은 대단하다. 무술 연기 지도를 담당했던 지난 시간 동안 쌓은 것인지 액션 연기 또한 월등히 좋았다. 영화 1부 '에브리씽' 파트에서 키 호이 콴 배우의 유려한 1인 2역 연기와 몸을 아끼지 않은 액션이 없었다면 영화 후반부까지 이끌어갈 동력을 불어넣기 힘들었을 것이다.



올 해의 배우 (여, 국외): 양자경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후보

안야 테일러 조이 (더 메뉴)

안젤라 바셋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후루카와 코토네 (우연과 상상)

테일러 러셀 (본즈 앤 올)


 미국에 정착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러워진 동양인 어머니,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 자신의 가치관으론 동성애자 딸을 이해하기 힘든 고지식한 어머니, 여기까지는 그럴듯한데 갑자기 모든 멀티버스를 파괴하려는 악당을 막아서는 다중 차원의 영웅이라는 황당한 설정. 이 모든 캐릭터를 한 인물에 응축해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배우는 양자경 아니면 상상가지 않는다. 물론 지난 40여 년 동안 보여줬던 양자경의 활동 또한 굉장하지만 앞으로도 더 오래 기대할 수 있는 현재진행형 배우지 않을까.



 자주까지는 아니지만 가끔 한 번씩 나름대로 올 해의 영화를 고르곤 했다. 영화를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 거창한 권위 이런 것은 당연히 없지만 내 인생 한 해를 되돌아보는 것을 한 해동안 감상한 영화를 정리하는 걸로 갈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 많은 영화들을 목록에 넣지 못해 아쉽다. 그렇다고 후보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으니 다섯 개로 고정했다. 어쩔 수 없이 목록에서 영화를 하나하나 제할 때마다 피를 토하는 고통을 느꼈다. 위 영화들은 2022년 한 해, 내 삶을 설명하는 영화들이다. 내년에도 내 한 해를 설명할 수 있는, 풍요롭게 만들어줄 영화를 만날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