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은 결과를 설명한다.
무엇이 얼마나 빠르게 도달되었는지는 숫자로 남는다.
그러나 품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호한다.
말해도 되는지 망설이게 하는 순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백,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을 함부로 밀어내지 않는 태도 같은 것들.
조직은 종종 효율을 선택하면서 과정은 저절로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보호받지 못한 과정은 사라지지 않고 축적된다. 그리고 가장 늦게, 가장 크게 비용으로 돌아온다.
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누가 어떤 말을 하지 못한 채 회의실을 나섰는가이다.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대화가 잘 마무리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어떤 감정을 말하지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났는가가 남는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가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방식으로 흔들림을 만든다.
그래서 어떤 조직과 어떤 관계는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도 이유를 알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미 오래전에 보호받지 못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학은 장식이 아니다.
무엇을 성취했는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켜냈는가에 관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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