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온 지 3년 9개월만의
꽃보라가 흩날리기 시작한 4월초의 서울 방문
노력하면서 살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살아지는
매일 바쁘게 열정을 갈망하는 여유없는 사람들
모두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옷을 입은
정돈된 머리와 예쁜 가방을 든 멋쟁이들의 도시
반짝이고 깨끗한 도시의 속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외면할 수 없는 차이가
어린 세상에도 너와 나의 높낮이의 기준이 되는
아빠차 브랜드와 프리미엄 아파트가
눈코뜰새 없는 배달서비스와
한복을 차려 입은 경복궁 흙먼지 속의 사람들
광화문의 뜨거운 집회 행렬과
카페 알바생의 무향무취의 친절함
나는 쓰라린 하루가 궁금했다.
편의점 맥주와 김밥 한 줄로 간신히 달래던 하루를
지쳤지만 더 뛰어야하고 넘어졌지만 더 비참해야 하는
지긋지긋하고 지독한 하루를 다들 어디에 숨겨둔 걸까
탁 트인 호텔 방의 큰 창으로 매일 아침 삼성 본사 건물을 마주했다.
5일간의 체류, 부족하고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리운 그녀도 만났고 고향에도 다녀왔다.
반가웠어, 서울.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