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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종 Nov 16. 2017

여행의 단상

나는 세상의 일부이자 작은 점이다.


19살, 홀로 첫 여행을 떠났다. 행선지는 부산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재수를 선택했고, 모든 대학에 낙방했다. 

방향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던 시간의 연속,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움직여 살았던 

나에게 마음 속에서 간절하게 원하던 것을 찾은 것만 같았다.

여행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나는 20대에 2년이라는 시간동안 중동, 남미, 아프리카, 유럽 40개국 118개 도시를 여행했다.

살아보고 싶었던 국가와 도시에서 살아보았다. 프랑스 파리, 포르투갈 포르토, 독일 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생존장비를 빌려 무전여행도 해보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지금의 시간도 잠깐 여행이라 여긴다.




생존장비를 렌트해 무전여행을 떠난 아이슬란드, 북부 아쿠레이리




화려한 영상이나 사진을 남기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다. 그럴만한 재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약간의 사진들과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강렬한 기억과 소중한 사람만이 남았다.

여행을 떠난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나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알고 싶었다. 

20대의 끝자락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브라질 북부 산타렝,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세계를 여행하며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누구도 나를 구속하지 않았으며 자유로웠다.

하지만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자유가 커지면 커질수록 절제하며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할 순간에 직면했다.

그 때마다 나와 타협한 적은 없었으며, 나 자신에게 무엇보다 엄격했다.

세상에 나로서 서기 위해 나를 지키는 법을 체득했던 시험의 시간이었다.


독일 베를린,  자주찾던 체크포인트 찰리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온 노인,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터에서 30대를 보낸 군인, 책을 쓰기 위해 아마존 정글에 온 작가, 전 세계를 무대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 하늘 아래 모든 곳이 집이라며 7년간 울트라마라톤 대회만 다니며 전 세계를 누비던 몽상가.

세상에 대한 혜안을 얻고자 떠난 여행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고정관념과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며 나만의 잣대로 타인을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는 나와 다른 문화적 배경과 행동양식을 가진 친구들을 애써 이해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도 배웠다.



러시아 횡단열차 여행, 상트페테르부르크






감정적으로 문제를 판단해 해결하는 순간들이 점점 줄어갔고, 갈등 상황을 슬기롭게 넘기는 법도 터득했다. 여행은 세상에 대한 혜안을 깨닫게 해준 선물의 시간이었다.



행복이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떠난 여행길에서 답을 찾아왔다. 타인의 잣대로 살지 않겠다라는 인생 철학과 어떤 순간이 와도 나를 지킬 것. 보이는 결과물, 타인에게 규정될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여행이 나에게 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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