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바꾸고 싶었다. 나자신을.
스물 다섯, 조금은 늦은 나이에 군대 입대한 후평범한 복학 생활을 하던 나는
이듬해 여름 방학을 이용해 45일간의 유럽 9개국을 여행했다.
짧았지만 강렬하고 뜨거웠던 유럽의 태양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체코, 헝가리 를 기차를 타고 여행했다.
3주 간 국제 워크캠프를 하며 프랑스에 머물렀던 시간을 제외하면 이틀에 하루 꼴로 국경을 넘어다닌 것이다.
그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었다. 자유롭게 어딘가를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이 세상에 나는 먼지보다 작은 존재이며 타인의 규정한 나의 모습보다 내 신념과 철학을
세계 어딘가에는 실천할 장소가 있겠구나라는 생각.
"대의를 위한 희생"이라는 신념이 생긴 것도 이 때부터였다.
군 복무간 주말을 이용해 30km를 달렸던 터라 마라톤 대회는 자신있었다.
세번 째 대회만에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고,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엄지척을 해주었다.
나도 모르게 그 엄지와 완주 메달에 취해있는 나를 발견하고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이 모든 기억과 기록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더라도 나는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항상 달리기 대회를 마치고 생각하며 정리하는 것이다.
아마존 정글 마라톤은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주변에 마라톤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세상은 넓고, 내가 경험해보고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구나를 유럽에서 온 몸으로
느꼈던터라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운명의 파도를 온 몸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장난처럼 "사하라 사막에서 마라톤을 나가봐"라고 하였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던 중 정글을 달리는 사진의 남자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그 날 별 생각없이 일상처럼 잠에 들었는데, 아마존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고 몇일 밤을 설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프랑스어를 복수전공하며 학점 이수하지 않는 과목 2개를 청강하였으며,
학교에선 21학점을 들으며 3개의 대외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몸이 몇 개여도 부족했을 시간이었지만 "아마존"이 머릿 속을 맴돌아 떠나지 않았다.
운명처럼 나에게 다가온 아마존으로 출국하기까지 고통의 연속이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보다 힘들었던 시간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외부장학금을 쏟아부었고, 부족한 돈을 받기 위해 후원 제안서를 기업에 냈다.
수 많은 거절을 당해 자신감까지 하락한 시기였다. 나머지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기관에 글을 기고해 일부분의 돈을 수령했다.
학생으로 할 수 있었던 모든 공모전은 전부다 참가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아마존 대회를 참가하며 금전적인 부분에 더해 정신적, 체력적인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메디컬 팀에 나의 몸상태를 체크해 보내야 하며, 생존에 필요한 장비를 인터넷에서 모두 찾아보며
아마존의 현지에 있는 친구를 페이스북으로 연락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마라톤 대회가 아닌 나의 신념과 정신철학이 이끄는 방향대로 온 나의
선택과 결정에 대해서.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기업에 제안서를 만들어 미팅을 했고, 어둠이 오자
가방에 10키로가 넘는 돌을 넣어 집에서 무등산까지 뛰어서 오르고 다시 돌아왔다.
매일 로보트처럼 반복된 삶이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인생의 큰 행복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초췌한 한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스스로에게 반짝이는 인생을 선물했다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적부터 학업도 운동도 잘하지 못했던 나는 항상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왔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해도 결과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들도 있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내기위해 나는 나 자신을 죽였고, 새롭게 태어났다.
운명처럼 인생 길에서 만난 아마존은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