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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Aug 09. 2019

성격v기질, 기질 분류


민감하게 태어났다고 해서 다 같지는 않습니다. 민감성을 발현하는 공통적인 신체 특징(활발한 우뇌 활동, 신경전달 시스템 활성화)이 있습니다만, 이 민감성 하나가 그 사람의 성격 전체를 이루지는 않습니다.     


성격이란 그 사람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행동 패턴입니다. 만화영화 스머프는 각 인물별로 하나의 성격을 부여했습니다. 파파 스머프는 관대하고 사려 깊고, 똘똘이 스머프는 행동에 앞서 사고합니다. 투덜이는 매사에 투덜거리고 익살이는 매사에 장난기 가득 웃고 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들은 예측합니다, 익살이는 상관 않고 장난을 칠 것이며, 투덜이는 투덜댈 것이고, 똘똘이는 다소 얄밉도록 똑 부러진 상황판단을 내놓을 테고, 파파 스머프가 관대하고도 지혜롭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A 씨는 대개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있고 , B 씨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에서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C 씨는 생각하고, D 씨는 느낍니다. 특정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할 거라고 예측되는 패턴이 성격입니다.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전부터 유사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해 왔기 때문이죠.    


성격 중에서도 타고난 성격을 기질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기질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격의 디폴트 값입니다. 외부 자극에 대하여 본능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결정합니다. 이 기질이 환경과 어떤 상호작용을 했느냐에 따라 성격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많이 움직일수록 행복한 기분을 느끼는 활동성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이 사람은 자신의 관심분야가 아니라면 책상 앞에서 장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기가 어렵습니다. 이 기질적 특성을 잘 알고 미리 운동을 해서 에너지를 소모하면 책상에 앉아서 과업을 수행하기가 수월해집니다. 그런데 이 기질을 모르고 ‘너는 왜 이렇게 산만하니?’라는 핀잔만 듣는다면 공부와 담을 쌓게 되거나, 책상 앞에 앉기는 하되 멍하게 다른 생각만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나쁜 결말은 자신이 정말로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겁니다.  


기질을 나누는 유형은 다양하지만 저는 여기서 <아이와의 기싸움>의 저자, 메리 커신카의 기질 분류를 소개하겠습니다. 메리 커신카는 20년 이상 자녀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기질, 신경 생물학, 수면의 중요성, 감정 코칭과 같은 주제를 선구적으로 소개하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굿하우스키핑>, <워킹 마더> 같은 잡지에 연구 결과를 기고하였습니다. ‘유아기 자녀를 둔 가족 교육 프로그램’과 ‘기질 강한 아이를 위한 워크숍’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1. 완고함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우선시하여 방해받기를 싫어한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내야 하며 중간에 멈추거나 끝내고 싶지 않다. 목표한 바에 대한 계획이 있고, 목표한 바를 성취하지 못하면 좌절한다.     


2. 민감성

시・청・후・미・촉각과 감정에 민감하다. 앞에서 살펴본 민감함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영향을 받는다. 춥고 덥고 온도에 민감하고 미묘한 맛, 소리, 냄새를 알아차린다.     


3. 적응성

갑작스러운 변화, 방해,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나 전환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가이다. 적응성이 높은 아이는 하나의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빨리 전환한다. 밤에 잠자리에서 빨리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 옷도 바로 갈아입을 수 있다. 장소를 옮기는 일이 어렵지 않다. 반대로 적응성이 낮은 아이는 밤에 취침 모드로 들어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외출했을 때 스케줄 상에 변화가 생기면 기분이 좋지 않다. 계절이 바뀌어도 전 계절의 옷을 고집한다.     


4. 감정의 강도

똑같은 일에도 사람마다 반응하는 감정의 감도가 천차만별이다. 감정의 강도가 경미한 아이는 감정적으로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에 빠지거나 단숨에 극도로 화가 나지 않는다. 기분이 안 좋아도 울음을 빨리 그칠 수 있다. 감정 강도가 강렬하면 이 아이는 모든 감정을 깊게 느낀다. 쉽게 심하게 좌절한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로 45분을 울 수도 있다.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기분이 나빠질 수 있다. 생리적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아이의 몸을 타고 빠르게 움직인다. 진정 호르몬도 적게 분비된다. 그래서 더 쉽게 동요하고, 오랫동안 그 감정에 머무르는 것이다.     


5. 활동성 수준

앉혀 놓으면 앉혀 놓은 대로 꽤 오래 있을 수 있는 아이가 있다. 활동성 수준이 낮은 경우다. 이들은 미세한 운동근육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활동성 수준이 높은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차를 타고 가만히 있기나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거나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눕는 것을 힘들어한다. 움직임을 통해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하지 못하면 감정이 격렬해진다.     


6. 규칙성

신체리듬이 규칙적이냐 불규칙적이냐다. 불규칙적인 경우 식사 시간이나 잠시간이 바뀌어도 괜찮다. 배가 고프면 먹고 먹는 양도 그때그때 다르다. 재미난 일이 있으면 잠을 미룰 수도 있다. 규칙적인 아이는 식사, 잠, 배변 시간이 정해져 있다. 특정한 시간에 거의 배변을 한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과 취침 시간이 무너지면 몸이 아플 수도 있다.     


7. 첫 반응

새로운 물건, 장소, 생각, 사람들 등 처음 보는 대상에게 뛰어드는가, 신중해지는가 여부이다. 신중해지는 경우, 어떤 활동이든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선택했더라도 말이다. 새로운 활동에 합류하기 전에 먼저 관찰한다. 새로운 음식・옷・학교・선생님을 내켜하지 않는다. 반대로 뛰어드는 아이라면, 새로운 활동에 바로 뛰어들고 새로운 음식이나 옷도 즐긴다.    


사람마다 기질의 조합이 다 다릅니다. 민감성을 타고난 아이라도 그 외의 기질적인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느냐에 따라 민감한 아이들의 양상도 다릅니다. 민감하면서도 뛰어드는 아이, 민감하면서도 활동성이 낮은 아이와 활동적인 아이 등 말입니다. 민감하다고 해서 다 조용하고 새로운 상황에서 신중하게 관망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떤 공식처럼 내 아이가 민감하고 그 정도는 어떠하다라며, 그 정도에 맞는 양육법의 처방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들에게 중요한 점은 우리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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