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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Sep 19. 2019

활발한 우뇌와 민감한 편도체의 대환장 콜라보

예민한 아이 난제, 수면(3)_영아산통, 악몽, 깨면 잠들지 못하는


아들 녀석은 만6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나이로는 벌써 7세를 살고 있는데요, 다음 해 3월이면 만6세 6개월, 8세의 한국 나이로 초등학생이 됩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니 확실히 유아보다는 아동에 가깝습니다. 팔 다리가 더 길어지고 한 팔로 머리를 둘러 반대편의 귀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이들의 취학연령을 한 팔로 머리를 둘러 반대편 귀를 잡을 수 있을 때로 봅니다. 그 때가 만6세, 우리나라 나이로 7~8세인 학령기로 학습이 가능한 인지발달을 이룬 때의 신체비례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때가 이 즈음으로 비슷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요즘은 7세를 ‘미운’을 넘어 ‘죽이고 싶은’ 7세라고 합니다. 인지발달과 더불어 자아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란 신체만큼 신체기능의 분화도 눈에 띕니다. 몸도 이전보다 더 잘 움직일 수 있고, 말도 더 조리 있게 할 수 있으며, 상황파악도 더 잘하게 되니 아기 때처럼 뭣 모르고 순순히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 것도 당연합니다.     


제 아들 녀석이 이 시기에 지독히 요구하는 사항이 있는데, 바로 밤에 잠을 자지 않겠다는 겁니다. 밤만 되면 아들은 “잠자기 무서워”라고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합니다. 이유는 무서운 꿈을 꾼다는 것과 어린이의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그 무엇’입니다. 대체 그 무엇은 뭘까요?    


아들의 유치원 반 친구인 A양은 아들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수줍음이 많고 낯선 이와 상황을 심히 경계합니다. 그 아이는 첫 돌 이전에 이른바 ‘영아산통’을 앓았는데, 매일 새벽 특정 시간이 되면 갑자기 악을 쓰며 1~2시간을 울었다고 합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옆집에서 벽을 쾅쾅 두드릴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병원에도 가 보았지만 신체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엄마는 혹시나 정신에 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큰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점점 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그 아이는 “매일 밤 악몽을 꾼다”고 했고, 그때서야 엄마는 정신의 병이 아닌 악몽이었음을 알고 안심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잠들기 전에 “아무런 꿈도 꾸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하는 의식을 하고 있으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죽이고 싶은’ 자아가 강해지는 7세의 이면에는 추상적인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인지 발달의 축복도 있답니다.    


아기가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도 야간에 갑자기 장시간 반복해서 우는 것을 ‘영아산통’이라고 합니다. 그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지는 원인은 장기능의 미숙함 정도입니다. 즉 ‘속이 불편해서 자다가 놀라 심하게 운다’입니다.    


예민한 신체를 타고난 사람들은 우뇌가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라 편도체도 민감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편도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편도체는 뇌의 일부분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함에 있어서 감정과 연결시켜 학습효과를 높입니다. 특히 원초적인 감정인 공포와 분노를 관장합니다. 공포 영화에서 무서운 장면이 갑자기 나오면 나도 모르게 “아! 신발”하고 욕이 튀어나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강도가 높은 공포에는 분노가 수반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바로 편도체입니다. 먼 과거로 돌아가 봅시다. 인류는 중간 포식자입니다.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표범, 호랑이, 곰 등 포식자가 많습니다. 이 포식자들에게 맞닥뜨렸을 때 최대한 빨리 위험을 감지하고 싸우거나 도망을 쳐야 살아남습니다.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을 편도체는 과거의 기억에서 유사한 정보로부터 대조합니다. 위험이 맞다면 공포와 분노가 일어나게 하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을 분비시킵니다. 그러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근육이 긴장하여 신속 전투 모드 혹은 신속 도망 모드로 돌입하는 겁니다.    


그러면 민감한 사람의 밤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밤이 되어 잠이 들지만 우뇌는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무의식 혹은 의식에 남을 정도로 강렬했던 다양한 생각이 가지를 뻗습니다. 논램수면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램수면을 오갑니다. 하필 그런 때에 신체의 일부가 불편해서 그 통감을 감각합니다. 혹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나 불빛을 감지합니다. 내・외부자극의 없더라도 생각자체가 강렬할 수도 있습니다. 민감한 편도체가 그것을 극대화합니다. 급작스럽게 잠에서 깬 그의 심장은 100m 달리기를 한 사람마냥 두근거리고 놀란 상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습니다.     


A양의 영아산통을 과학적으로 들여다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 과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들이 아직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잠자기 무서운 ‘그 무엇’을 저 과정이라고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잠들기를 무서워하고 자다가 발작이라고 보여 질 정도로 강렬하게 반응하길 반복한다면 그 원인을 파헤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잠을 잘 자야만 성장이 원활합니다. 육체 피로가 회복되고 산뜻한 다음 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아들은 자면서 이를 갑니다. 때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를 하거나 소리를 냅니다. 아마도 자신이 소화하지 못한 불편한 감정이나 상황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자고 있는 아이를 토닥이며 “괜찮아, 엄마 옆에 있어. 꿈이야 잘 자”라고 조용히 말해주면 이갈이나 잠꼬대가 멈춥니다. 정말로 자면서도 잘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어 봅니다. 그러면 역시나 아들은 악몽을 꾸었다며 꿈 얘기를 합니다. 대부분은 나도 옆에서 같이 겪은 최근 혹은 그 전날 낮에 있었던 사소한 사건의 연장선입니다. 아이의 꿈 내용을 들어보면 아이가 어떤 일에서 좌절이나 공포, 기쁨을 느끼는지를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덩달아 소화나 해소되지 못한 아이의 감정도 풀립니다. 아이의 민감한 편도체를 A/S 해 줄 수는 없지만 관련된 처리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큰 다행입니다.    


아들 녀석과 A양은 가끔 선선한 밤에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 1시간 정도를 신나게 놉니다. 둘이서 놀이를 하는 취향도 비슷해서 함께 놀면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놀다오면 육체도 피로하고 정신적으로도 편안한가봅니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면 어느 새 쌔근쌔근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 밤에는 이를 가는 소리도 잠꼬대 소리도 거의 안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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