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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Nov 09. 2019

60수, 거즈천, 극세사, 성공적. 그래도 엄마가 필수

기타 예민한 아기 숙면 유도 조건

'HSP(Highly Sensitive Person)'의 개념을 이끌어 낸 일레인 아론은 자신의 저서에서 아주 예민한 자신의 아들을 재운 비법으로 텐트를 소개했습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6개월 된 아들이 평소와 같이 조용한 상태로 잠이 들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아기 침대 위를 담요로 덮어서 텐트처럼 만들었더니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도 침대를 텐트처럼 꾸며서 빛과 소음을 차단했더니 잘 잤다는 경험입니다.    


저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6천 세대 정도, 5층짜리 대단지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저희 집은 그중에서도 대단지 안쪽이어서 단지 밖 넓은 도로로부터 떨어져 있었고, 아파트 인근에도 차가 다니는 길은 꽤나 떨어져 있어 큰 소음이 거의 없는 곳에 살았습니다. 40년 된 아파트라서 숲도 꽤나 울창했던지라 밤이고 낮이고 암막커튼을 치면 완벽히 어둡고 조용했습니다. 가끔 놀러 오는 아가들도 잠을 잘 잤던 기억이 납니다.    


습도를 잘 맞추는 것도 예민한 아이들의 숙면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더위나 추위와 같이, 온도는 예민하지 않은 사람도 불편한 온도를 알아차리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습도는 인간의 쾌・불쾌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아기들의 경우 성인보다 체온 유지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더워지고 추워집니다. 그래서 대개는 따뜻하게 키웁니다. 그러다 보면 건조합니다. 난방을 할 때는 에어 워셔(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가습기)와 같이 습기를 공급하는 장치를 추천합니다. 혹은 문을 살짝 열어 바깥의 찬 공기가 들어오게 하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산뜻하게 시원한 기운으로 호흡하며 쾌적하게 잘 수 있습니다.     


아기들의 경우 일정한 체온 유지가 어렵다 보니 내・외부 온도차로 인해 콧물이 잘 나옵니다. 그 콧물이 굳으면 코딱지가 되는데 실내가 너무 건조하면 코딱지가 더 단단해집니다. 공기가 양쪽 콧구멍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지 못하고, 어딘가 막힌 틈을 비집고 세어 나오는 공기 소리가 들려서 보면 콧구멍이 꽉 막혀 있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보드라운 귀이개를 이용해 꺼내 줄 수도 있습니다. 콧구멍으로부터 비강으로 연결되는 고깔 모양 그대로 굳어있는 코딱지를 보노라면, 마치 와인 병을 완벽히 밀폐한 코르크 마개를 보는 것 같습니다. 코딱지에 막혀 숨조차 편하게 쉬지 못할 정도로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아기라는 미완의 존재가 그저 신기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코딱지에 가로막힌 공기의 소리까지 포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엄마라는 존재의 모성도 신기했습니다.     


아기들의 옷이나 이불도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기 옷은 대부분 면이기 때문에 언급할 사항은 별로 없습니다. 이불의 경우, 유아전용 세트로 나오는 제품들은 가격이 꽤나 나갑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특수 소제를 이용했다든지, 색감에 신경을 썼다든지, 캐릭터로 예쁘게 장식이 돼 있다든지, 비싼 요소는 다양합니다. 그런 이불도 좋지만, 유아용으로 특수 제작된 고가의 이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수면의 질을 높이는 이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봄・가을에는 일명 ‘호텔 이불’이라고 하는 면 60 수로 된 사각사각하는, 피부에 들러붙지 않고 상쾌하게 얹혀지는 느낌에 가까운 이불을 고르고, 여름에는 ‘가제손수건’이라 불리는 거즈 소재로 된 홑이불, 좀 더 크면 인견도 상쾌합니다. 겨울에는 보드라운 극세사 종류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말이 서툴던 아기 때에는 그냥 자기만 하던 아들이 4세가 되자, 확실히 저 소재들의 이불 위를 뒹굴며 “이 이불의 느낌이 너무 좋아”라고 표현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겨울날, 아들은 거의 매일 밤 극세사 위를 뒹굴며 그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의 출발점은 극세사의 치명적임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예민한 아이들의 숙면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엄마’입니다. 엄마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 자면서도 엄마가 곁에 없는 걸 어떻게 그렇게나 잘 알아차릴까요! 제 아들은 첫 돌까지 무조건 안겨서 잠들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가 제 상반신 안에 쏙 들어오던 아기가 돌 무렵이 되니 상반신을 넘어갔습니다. 또 해가 가면 침대에 같이 누워 안아줘야 잠이 들었습니다. 이제 만 6세가 되니 엄마와 떨어져 혼자 자지는 않지만, 안고 자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커버렸는지 안고 자기가 더 불편할 정도입니다. 안아서 재워야 하는 그때는 육신이 피로하여 언제 잠드나 고심만 했는데, 지금에서 돌아보니 그 아이를 내가 온몸으로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내 인생에 고작 6년이었구나 생각하니 울컥합니다.     


오늘 밤도 까다로운 수면 조건을 가진 우리 예민한 아이를 재우느라 전쟁을 치르는 엄마들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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