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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수 Nov 20. 2019

설마 분리불안도 타고나는 건가요?!(2)

예민한 아이의 사회성 고민(3)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생체반응에 대한 많은 비밀이 풀리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불안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발견이 있는데요. 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흔히 우리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는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급박한 상황에서 신체를 긴장시키는 호르몬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자와 같이 무서운 포식자에 맞닥뜨렸을 때 신체를 비상사태로 만들어 도망을 가든 싸우든 평소와 다른 즉각적인 대응을 하도록 합니다. 즉 급격한 스트레스 상태로 만드는 호르몬입니다. 상황이 종료되면 도파민은 분해가 됩니다. 도파민이 빨리 분해가 되면 스트레스가 빨리 해소되는 것이고, 늦게 분해가 되면 스트레스가 오래갑니다. 그런데 이 분해효소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형질에 따라 분해 속도가 다릅니다. 두 가지 형질이 있는데 하나는 빠르고, 하나는 느립니다. 다시 말하자면, 스트레스 해소 능력치를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는 말입니다. 느린 형질을 타고난 사람은 스트레스 관리에 취약하기 십상입니다.    


빠른 형질을 타고난 사람은 외부 자극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빠르게 해소합니다. 감정 회복이 빠르고 스릴을 즐깁니다. 공감도 잘하고 타인에게 협조적입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죠. 반대로 느린 형질을 타고난 사람은 외부 자극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오래갑니다. 스트레스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기에 불안이 커집니다. 이 사람들은 빠른 형질에 비해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은 편이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인지능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스트레스가 오래가는 만큼 에너지를 불안과 걱정으로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내향성의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는 행복 호르몬으로 유명한 세로토닌입니다. 세로토닌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세로토닌은 체내에서 분비되고 결합한 뒤 재흡수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세로토닌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냈는데요. 17번 염색체의 세로토닌 재흡수 운반체 유전자의 길이에 따라 세로토닌의 농도가 다름을 알아냈습니다. 유전자는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데, 짧은 것과 긴 것의 조합입니다. 짧은 것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았습니다.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을수록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우울증이나 우울하기 쉬운 사람도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타고났다고 해서 무조건 그렇게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유전자의 횡포를 보완하거나 다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극악한 환경 때문에 긍정적인 유전자가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척척 해내는 기관이나 학원을 꺼리거나 거부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어디 모자라나?’ 싶어 화가 나거나 ‘혹시 내가 너무 끼고 키워서 그런가?’하는 걱정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타고났고 다르게 자랍니다. 외향적이고 순한 아이들은 덜 수줍어하고 어디에 가서도 크게 충격을 받거나 놀라지 않습니다. 내향적이고 까다로운 아이들은 외부 자극에 압도되기 쉽습니다. 안심하기에는 검증해야 할 경계대상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적응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이 듭니다. 그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직면과 돌파’보다는 충분한 기다림과 배려와 응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회성’을 키워야 한다며 첫 돌 무렵부터 어린이집을 찾는 부모님도 많습니다. 초등학교에 가서 학습을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며 5세부터 아침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짜여진 사교육 일과표를 사는 유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예민한 아이들은, 어쩌면 그중에는 불안하기 쉬운 몸을 타고난 아이들은, 아직까지 태어난 세상에 대한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가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엄마가 곁을 지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하고 용기를 북돋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이는 앞으로 무수한 사회생활을 해 나가야 합니다. 초・중・고 12년간을 매년 봄에는 새로운 반에 있어야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더 새롭고 다채로운 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어린 지금부터 자신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적응하거나 이겨내어 트라우마처럼 겪기보다는 차츰차츰 안심하고 성취하며 편안해지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요? 그 경험들이 쌓이면 향후 있을 변화무쌍한 사회생활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자신만의 적응력이나 스트레스 관리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던 여자아이는 6세에는 엄마와 잠시 떨어져 친구 집에서 놀지 못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저희 집에 아이를 맡겼던 엄마가 부랴부랴 달려오시고, 그때서야 아이는 울음을 멈췄지요. 7세 가을에는 엄마와 떨어져 저희 집에서 놀았는데, 엄마가 오실 때까지 2시간 이상을 놀았습니다. 제 아들은 미술수업도 태권도 수업도 모두 포기하고 엄마와 함께 가는 놀이수업을 7세에도 다니고 있지만, 유치원에서 수영장으로 물놀이를 다녀온 날 그랬습니다. “물놀이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엄마가 보고 싶은 걸 까먹었어.”    


아이들은 그냥 성장의 속도와 방법이 저마다 다른 것뿐이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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