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공기

3.JE

by JE

우리는 소소한 하루들을 나누며,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밤이면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걸고,
별일 없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린 그렇게 조용히, 마음의 거리를 좁혀갔다.

그즈음,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 썸 타는 남자애 생겼어! 너 썸남이랑 같은 과래. 밥 같이 먹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잠깐 멈춰버렸다.
묘하게 설레고, 좋으면서도... 어딘가 낯선 감정이 스며들었다.
아직 우린 연인도 아니었고, 어색함이 조금 남아 있던 그 시기였기에
그를 마주하게 되는 자리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용기를 냈다.
그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우리...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
그는 짧게, 망설임 없이 말했다.
“좋아. 그러자.”

그렇게 처음 네 명이 마주 앉은 점심시간.
식판에 담긴 음식보다 더 낯설었던 건, 우리 사이에 흐르던 공기였다.
어색함, 긴장,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설렘.
나는 그 공기가 좋았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밥을 뜨던 순간들,
그의 젓가락이 내 쟁반 근처를 스치기만 해도 괜히 심장이 뛰었다.
평소처럼 편하게 웃을 수 없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그의 친구들이 밥을 다 먹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 한 명이 힐끗 우리 쪽을 보더니, 장난스레 말을 던졌다.
“야 너~ 진짜 그렇게 막 굴면 안 되는 거 알지?”
말투는 가벼웠지만, 묘하게 눌린 웃음 속에 감춰진 뉘앙스가 있었다.
알 만한 사람은 알 수 있을,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누군가가 있는데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 않다는 의미를 조심스레 담은 말이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친구 썸남과 내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웃었지만,
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는 피식 웃으며,
“뭐래~ 그런 거 아니야.”
하며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마음 어딘가엔 조용히 금이 가고 있었다.
‘아, 얘는... 아직 누군가의 사람이구나.’
괜찮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그 순간,
조금은 불편하게 뒤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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