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저는 억울합니다

오늘 하루는 몇 점?

by 아침이



아침 6시, 정확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런데 회사에 가기 싫었다.


‘미뤄도 되지 않을까?’


짧은 고민 뒤, 병원 진료를 위해 미리 받아둔 오후반차를 당일 연차로 바꾸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 검사님이 판사에게 외쳤다.


“피고는 상습적으로 출근을 미뤄왔습니다. 성실함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늘의 평가에서 마이너스 5점을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


눈을 뜨자마자 죄책감을 얹고 하루를 시작하다니! 마음속 비난의 외침을 애써 무시하며 오전에는 청소를 시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소를 조금, 하다가 말았다. 소파 위에는 여전히 옷들이 널브러져 있고, 테이블 위에는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거실 구석에는 정리되지 못한 짐 무더기까지. 하지만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래도 몇 개는 자리를 찾아줬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그런데 검사님이 다시 나섰다.

냉정한 목소리로, 죄목 추가.


“피고는 너무 쉽게 완벽한 청소를 포기하였으며, 또한 습관적 미루기를 선택했습니다. 마이너스 10점을 요청합니다. “



아. 괴로워.


왼쪽 어깨에 죄책감을 하나 더 얹은 채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밀려있던 컵들과 에어프라이기를 뽀득뽀득 씻었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그대로. 이번에도 마이너스 현관 복도에 일주일째 방치 중인 4단 책장 박스도 그대로. ‘오늘은 들여와서 조립할까?’ 생각을 하다 하루를 더 미루기로 했다.


마음속 검사님이 날카롭게 추가 형량을 요청한다.


“보십시오 판사님! 피고는 상습적인 미루기범입니다! 영원한 죄책감형에 저할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


변호사 없이 재판장에 선 나는 괘씸죄까지 더한 냉정한 판결을 받았다.



“피고의 오늘의 하루를 검토한 결과 총점 55점, 하루 종일 죄책감에 휩싸여 괴로워하기 형에 처한다.”



나는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오늘도 결국 마이너스뿐이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게 바로 나를 두고 하는 소리였구나. 애써 노력해도 완벽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깎아내리니 점점 ’그냥 대충 하자’가 될 수밖에.


이대로는 안된다.

그래서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했다. 깐깐한 검사 앞에 눈물로 읍소해 줄 변호사 하나 없다면, 그냥 내가 내 변호사가 되어주면 그만이다.


청소를 시도하면 무조건 +20점.

설거지를 했다면 젓가락 한 짝이라도 +15점.


그렇게 100점 만점의 하루를 120점까지 넘치게 만들 거다. 어제와는 다른 생각이라니, 그것만으로도 대견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또 +20점.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자.

하루의 점수를 넉넉하게 주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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