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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봇 Aug 13. 2020

14. 우리 애는 다른 애들보다 말이 늦어서 걱정돼.

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14. 우리 애는 다른 애들보다 말이 늦어서 걱정돼.


 저마다 빛나는 시기는 따로 있고, 항상 상승곡선을 그리는 아름다운 모습은 인생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침체되는 시기는 누구나 존재하고 가속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그 빛나는 시기를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2년 전, 서울에 살고 있는 내가 대전을 내려가면 4살 된 쌍둥이 조카 둘과 누나를 만나기 일쑤였고 애기들이 말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날 보면서 누나는 말했다.


"우리 애들이 다른 애들보다 말을 어눌하게 하고 말이 많이 늦어가지고 너무 걱정 돼. 다른 애들은 이 즈음되면 다들 말 잘하는데."


 누나의 걱정은 애기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말하는 것이 어눌하고 말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시작했다. 심지어 누나가 애기들에게 발음을 똑바로 가르쳐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걱정을 하는 누나에게 나는 이야기했다.


"사람마다 다 발달하는 시기도 다르고, 나는 얘네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말 못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근데 너는 저 나이 때 한글 되게 잘했단 말야."


 누나랑 나는 7살 차이가 나고, 내가 4살 즈음에는 누나가 11살이었기 때문에 아마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나는 어렸을 적 엄마의 노력(?)인지 아니면 원래 그럴 애였던건지 생각보다 빠르게 한글을 깨쳤고, 나는 기억나진 않지만 엄마의 말에 따르면 영어도 일부 할 줄 아는 꽤나 수재였던 모양이다.


"누나 그래서 그렇게 잘했던 내가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어?"


 그리고 그 수재였던 애는 중학교 들어가서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않는 학교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약 300명 중에 100등 정도를 겨우 하는 평범한 애가 되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잘했잖아."

"아니, 나 반에서 12등 정도였는데."


 기억왜곡으로 내가 공부를 꽤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누나에게 일침을 놨고 누나는 조금 조용해졌다.


"그렇게 어릴 때 잘하는 애도 커서 평범할 수 있고, 어릴 때는 별거 아닌 것 같았는데 크면서 수재일 수 있어. 왜 그걸 벌써부터 걱정해 누나."


 사람은 저마다 빛나는 때가 따로 있다. 이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8여 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다. 누군가는 어렸을 적 영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클거고, 누군가는 왜케 늦는가에 대해 상담을 받아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다. 그 모습이 20년, 30년 갈 것은 아니기에 지나친 조바심이 더욱 더 큰 불안감을 줄 뿐이다.


"그래도 엄마가 되니까 많이 걱정 되어서."

"이건 어렸을 때는 수재 소리 듣다가, 학창시절에 멍청했던 내가 이야기할 수 있어. 쟤넨 영리해."


  암 그렇고 말고. 내가 명절에 내려가서 만원짜리 3개를 줄 때보다 5만원짜리 노란색 1개를 줄 때 더 행복해하고, 혹시나 싶어서 한 아이에게는 1만원짜리 3개, 다른 아이에게는 5만원짜리 1개를 줬을 때,  3만원을 준 녀석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얘넨 영리함을 확신했다.


"그래?"

"응. 내가 확신해. 얘넨 잘 될거야."

"그래, 삼촌처럼 되고 싶다고 하니까 다행이다."


 자기들이 사달라는 것은 훌쩍 사주고 이쁘다고 들어올려주고 많은 뽀뽀하면서 자주 놀아주는 내가 좋아보이겠지만, 나는 나처럼 되고 싶다고 하는 아이들을 가련해했다. 좀 더 커서 넓은 세상을 보며, 나보다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지.


"애기들은 뭐 받고 싶대? 인형?"

"아니, 요즘은 단어카드를 더 원해."

"누나가 원하는거 아니고?"


 누나는 침묵했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내 지갑도 침묵할 것이고. 




 빛이 나는 시기는 다 다르기에. 그리고 침체되는 시기도 누구나 다 다르기에, 우리는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 인생은 장기적인 투자니까 좀 더 기다리면서 더 좋아질 것들을 꿈꿔야 한다.


 운동회를 할 때만 해도 모두가 다르다. 스타트는 정말 빠르지만 지구력이 약해 오래 달리기는 못하는 친구도 있었고, 언제나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친구도 있었다. 반 바퀴 도는 것에 특화된 친구와 한 바퀴 돌기에 특화된 친구는 다르기에 너무 조바심 내지도 말고, 그 역전의 쾌감을 즐겨야할 것이다.


 우리 누나는 너희들이 언제나 빛나길 바랄테지만, 나는 너희들이 빛날 때를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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