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에서 A급이 되고 싶어졌다.
#3. 일주일 간 이어폰 없이 살기로 했다.
"아-"
이른 아침 출근 직전에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 배터리가 없다는 그 축 쳐지는 소리를 들으면, 하루의 시작이 우울해진다. 아침에 바깥 소리와 단절하고 지낸 지 벌써 몇 년이 된지 모르겠다. 일상이 되긴 했으나, 잘 생각해보면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나는 언제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영상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메시지 혹은 그냥 글, 웹툰 정도가 전부인지라 굳이 귀에 꽂은 음악이 잘 꽂히지도 않는다. 그런데 항상 귀에 꽂고 있고 배터리가 없다는 그 소리를 들으면 괜스레 김이 새고 기분이 나쁘다.
사실은 집중도 안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나쁜걸까 싶었다. 가끔 그런 힘 빠지는 에어팟의 소리를 퇴근 길에 들으면 아무렇지 않게 빼고 5호선의 그 소음을 듣기는 한다. 어차피 내 시선은 휴대폰이고 메신저를 보내고 있으므로 하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퇴근했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 때문에 아침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일까, 아니면 어차피 지친 몸으로 조금도 집중할 여력이 없기 때문일까?
백색소음이니 생활소음이니 이런걸 선택하기 위해 일부러 재택근무할 땐 카페를 간적도 있고, 오히려 조용하니 집중이 안되네 같은 핑계를 댔으면서 왜 재택근무가 끝난 지금은 귀를 틀어막는 게 더 큰 일상이 되어버린걸까?
궁금해서 일주일 간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가방에는 의미 없이 볼지 안볼지도 모르는 책 하나를 넣고 다니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특별히 재미없을 철학 책을 넣기로 했다. 덕분에 좀 더 무거워진 귀찮은 가방이 되었다.
헬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PT를 받을 때는 당연히 끼지 않는 에어팟을 굳이 혼자할 때는 낀다. 어차피 헬스장에는 노래가 나오고 있고 어차피 힘든 때에 음악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어폰의 배터리를 충전하지 않기로 했다.
큰 효과가 있고 깨달음을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일상의 아주 가벼운 변주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깨지는 순간에는 언제나 생각이 발생하니까, 그래서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고찰, 사색도 아닌 단순한 경험 및 아주 약한 일탈, 딱 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