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끄적끄적
회사가 끝나고는 한 시간에 두 대씩 운행하는 기차 탓에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예전에는 그저 역에서 서성거리다 기차를 탔는데 지금은 15분 정도 근처를 찬찬히 산책한다. 역 부근에는 초록색 풀잎으로 가득한 평평한 땅에 중간중간에 아주 작은 숲이 있다. 저 멀리서 보면 무언가를 뭉쳐놓은 하나의 뭉텅이 같다.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다 보면 맨질맨질했던 뭉텅이의 가장자리는 나무 잔 가지들로 빼죽삐죽하다.
가까이 갈수록 잔나무 가지들은 점점 확연히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숲 코 앞, 숲은 사라지고 눈 앞에는 수 백가지의 가지들만이 가득하다.
저 한 뭉텅이의 작은 숲에 얽히고 설키며 사는 게 꼭 내 삶 같다.
가지들에게서 멀어진다. 내가 속한 숲은 어디일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기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비몽사몽 일어나 30분 늦게 미술사 수업에 접속하고는 꾸벅꾸벅 졸며 강의를 듣는다.
커피를 내리 마시고는 정말 오랜만에 스케치북과 펜을 가져온다. 어제 내 마음속에 남았던 이미지를 끄적인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 방학에 24일과 31일은 휴가를 썼다. 바쁘게 흘려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꺼내어 차곡히 쌓아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