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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D-7의 기록

이직 아닌 퇴사입니다

by 조용한성장

퇴사까지 이제 딱 7일이 남았다.

긴장감보다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하다. 아니, 어쩌면 이 담담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마음 덕분일지도 모른다.


결심은 단순했다.

더는 나아지지 않는 몸, 해결되지 않는 관계, 경력을 살리지 못한 맞지 않는 업무.

싸우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싸울 힘도 없다. 이대로는 매일 ‘언제 그만둘까’만 고민하다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정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입사 첫날부터였다.

입사 직후 맡은 업무는 이력과 전혀 맞지 않았고, 업무 재분장을 하는 과정에서 직급을 운운하는 이상한 사람들. 싸우다 지쳐 결국 휴직, 그리고 부서 이동을 했고 지금 부서는 그때보단 낫지만, 여전히 적응 중이다. 이 회사는, 나 같은 경력자를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른다라는 결론만 남긴 채,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를 말하고 휴직을 권하는 조직장. “한번 했으니 괜찮습니다” 최대한 말을 아낀 면담을 하고 근무일을 조율했다. 이재 퇴사까지 남은 7일, 휴직 후 복직한 상황이라 연차가 없어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이다.


이 잔 퇴사와 달리 빼곡하게 출근을 해야 하니 별 반응과 마주한다.

“여기가 싫어서 그만두는 거지?” 툴툴대는 동료도 있고,

“진짜야? 너 없으면 안 돼…” 하며 진심 섭섭해하는 사람도 있다.

팀장은 “이직이 아닌데 돈은 있냐며 “ 걱정까지.

누군가는 내 담담한 태도에 오히려 서운한 기색을 보이고,

그만두는 마당에 그 모든 감정들을 받아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에너지 소모다. 그래도 뭐, 마지막 월급의 대가라고 생각해야지.


이번엔 바로 다른 회사로 바로 옮기지 않기로 했다.

몸과 마음을 제대로 회복하는 시간을 먼저 갖고 싶다.

건강해진 내가,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답할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움직일 거다.


앞으로 6개월은 나만의 실험이다.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

내가 해왔던 일들을 ‘나 자신을 위해’ 적용해 볼 생각이다.

단돈 만 원이라도 스스로 콘텐츠로 수익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돈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다.

무력했던 지난 시간을 스스로 복구해 내는 일.

그게 지금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다.


두려움이 없진 않다.

불안도 가끔 밀려온다.

하지만 이번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내가 주도하는 삶, 내가 선택하는 길을 걷고 싶다.


이번 퇴사는 과거처럼 지쳐서 도망치는 일이 아니다.

나를 더 잘 살게 하기 위한 결정이고, 나를 아끼는 선택이다.


아무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 속도대로, 내 마음의 방향대로. 내가 나를 회복시키는 이 시간은 다시, 나를 살아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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